[이승록의 나침반] 샤이니, '독감'에 걸리더라도 너의 '초록비'를 맞을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샤이니의 노래는 '동화(童話)'다. 너무 맑아서, 몹시 시린 동화다.

샤이니가 새 앨범을 내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곧바로 수록곡을 뒤진다. 그럼 어김없이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가 하나씩 숨어있기 때문이다. 현란한 전자음의 댄스곡들 뒤에, 마치 들키기라도 할까 봐 고이고이 숨겨둔 노래다.

다만, 노래를 재생하면 두근대던 가슴에선 이내 열이 난다.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이의 마음처럼 순수하며 기교 없는 목소리는 투명하기까지 한데, 노랫말은 아린 탓이다. 가사를 온통 영롱하고 무구한 표현으로 채웠으나, 결국에는 사랑의 슬픔과 아픔을 노래한다.

그 마음이 맑아서 시리다.

종현이 열창한 '재연'에선 사랑이 야윈 달처럼 희미해져 간다며 슬퍼하고, '투명 우산'에선 수채화처럼 만났지만 번져버린 물감처럼 흐려져 간다며 운다. 얼마 전 낸 '안녕'은 처연하다. '내 맘은 장식이 아냐'라면서도 '아픈 건 나뿐이야' 하고 차마 원망도 못해 에두른다. 그저 널 '독감'처럼 앓아도 낫지를 않는다고 한탄하는 게 전부다.

겨우 용기 내어 '날 보며 웃을 때마다 맘 속 깊은 곳에선 심각해지는 병이 있어요'라고 고백하나, 아무도 들을 수 없고 누구도 들어선 안되는 '방백(傍白)'일 뿐이다.

샤이니는 이제 정규 6집 '더 스토리 오브 라이트(The Story of Light)' 3부작의 마지막 앨범만 남겨두고 있다.

유난히 각별한 순간 내놓는 앨범이다. 어쩐지 샤이니가 지금까진 드러내지 못해 숨겨뒀던 속마음을 장마처럼 쏟아낼 것만 같은 앨범이다.

그럼 우린 또, 이 비가 열을 내려주긴커녕 열병만 깊어지게 할 것을 알면서도, 초록으로 빛나던 그날의 이야기를 그리워하며 비를 맞고 또 맞으리라.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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