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동물학대,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지난 17일 오전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은 사람에 의해 심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양이 3마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동물학대, 이제는 도를 넘는 수준으로 발전

첫 번째 사건은 충북 영동에서 발생했다. 폐차장에서 놀던 길고양이가 어느 날 앞다리가 잘린 채로 발견됐다. 고양이를 치료한 수의사는 인위적인 가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똑같은 단면과 길이로 잘리는 일은 우발적인 사고로는 발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피부조직이 이렇게 뜯겨 나가는 일도 흔치 않다고 한다. 고양이는 구조 사흘 만에 사망했다.

두 번째 사건은 경기도 김포에서 발생했다. 길고양이가 얼굴에 3도 화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얼굴 한 쪽이 모두 녹아 내린 상태였고 살아있는 것이 기적일 정도라고 한다. 치료를 담당하는 수의사조차 “예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양이의 상처를 둘러본 화재조사관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화염으로 인한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먹이를 먹고 있거나 혹은 먹이로 유인해 인위적으로 움직임을 멈춘 상태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역시 사람에 의한 학대의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안산의 고양이 카페 앞에 버려진 고양이 사건이었다. 고양이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안구 파열과, 목 부분 자상 등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수의사 소견서에 의하면 외부의 힘으로 상처를 입고 오랜 시간 방치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 역시 사람에 의한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사건을 취재하던 도중 CCTV에 찍힌 유기범을 경찰에 고발조치 했다. 취재진은 조사를 받고 나오는 용의자와 인터뷰를 했다. 유기범은 학대 사실에 대해 “눈은 염증이 심해서 그렇게 됐다” 며 ”학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유기한 이유에 대해선 “기초수급자에 장애인이라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유기했다”고 밝혔다. 유기한 고양이는 시가 100만원이 넘는 품종묘였는데 이에 대해선 “5만원에 구입했는데 핸드폰을 교체하면서 판매자 번호가 지워졌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는 인간에게 돌아온다

‘동물농장’에서 방영된 사례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영화 ‘쏘우’를 패러디해 고양이를 학대한 ‘캣쏘우 사건’, 20대 여성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해 사망한 ‘고양이 은비 사건’, 악마 에쿠스, 막걸리녀 등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동물학대는 처벌을 받아도 벌금형에 그치고 만다.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것도 어렵다.

동물학대는 싸이코패스 범죄와 연관이 깊다. 유년기에 자신보다 약한 생명을 괴롭히거나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생명에 대한 무감각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쉽게 해칠 수 있는 동물로 시작하지만 결국 더 큰 만족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 국내 동물학대 가해자들의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미국 FBI는 지난 2016년 1월 1일부터 동물 관련 범죄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동물학대 행위는 방화, 폭행, 절도, 살인 등의 중범죄와 함께 집계가 이뤄진다. 동물학대가 더 큰 범죄의 전조가 되기 때문이다. 미 보안관 협회 부국장 존 톰슨은 “동물에게 해를 입힌다는 건 높은 확률로 인간을 해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화면 캡처]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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