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D조: 메시를 가둔 얼음 수비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를 가두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메시는 멈추기 힘든 선수다. 현역 시절 안드레아 피를로를 지웠던 박지성도 메시를 맨마킹 할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4-2-3-1 포메이션 : 23카바예로 – 18살비오, 17오타멘디, 16로호, 3타글리아피코 – 14마스체라노, 5비글리아(54"바네가) – 13메사(84"이과인), 11디마리아(75"파본), 10메시 - 19아구에로 /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아이슬란드 4-5-1 포메이션 : 1할도르손– 2사이바르손, 14아마손, 6시구드르손, 18마그누손 – 17군나르손(76"스쿨라손), 20할프레드손, 8비아드르나손, 7구드문드손(64"기슬라손), 10시구르드손 – 11핀보가손(89"시구르다르손) / 감독 헤이미르 할그림손)

하지만 팀으로 조직적인 협력 수비를 통해 메시가 뛸 공간을 지우는 건 가능하다. 메시를 잡을 수 없다면 사전에 그가 움직일 공간을 쥐어 짜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팀 전체의 희생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한 명이 내려가면,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를 빠르게 메워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에게 더 많은 공간을 내주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슬란드는 마치 오랜 시간 발을 맞춘 클럽팀과 같은 수비 조직을 갖추고 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준 수비 조직은 두 줄 수비의 달인인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연상시켰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메시를 꽁꽁 얼려버린 것일까.

아이슬란드는 일단 두 줄 수비를 통해 메시를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에 가뒀다. 메시를 누군가 맨마킹하지 않고, 3~4명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뒤 공이 메시에게 향하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압박했다. 천하의 메시도 여러명이 둘러싼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명을 제치면 다른 누군가 또 달려 들었다.

보통 4-4-2 포메이션에서 두 줄 수비는 상대가 사이드를 넓게 활용할 때 좌우 간격이 벌어지는 약점이 있다. 아르헨티나도 디 마리아와 메사를 사이드로 배치해 아이슬란드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기성용의 스완지시티 동료 시구드르손까지 수비에 가담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시구드르손이 놓친 자리는 최전방 공격수 핀보가손까지 내려와 메웠다. 쉬워 보이지만, 연습 없이는 하기 힘든 팀 수비다.

메시는 아이슬란드의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구에로는 전방에 고립됐고 기껏해야 사이드로 공을 전달하는 게 전부였다. 아니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도 두 줄 수비를 정면으로 뚫어야 했다.

후반에 삼파올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비글리아 대신 공격적인 바네가를 투입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메시가 뒷걸음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론 메시가 페널티킥을 성공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축 이후에도 디 마리아를 빼고 비슷한 유형의 윙어인 파본을 또 투입한 결정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르헨티나 문제는 공이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차라리 스트라이커 한 명을 더 투입하는 게 나았다. 투톱이 아이슬란드 센터백과 ‘2 vs 2’ 상황이 되면 메시를 가둔 압박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파올리 감독은 후반 40분에서야 윙어인 메사를 빼고 이과인을 투입해 아구에로와 투톱을 가동했다. 하지만 무언가 변화를 주기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독하리만큼, 중앙 돌파를 고집했다. 메시 중심의 전술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가 메시의 공간을 지우기 위해 라인을 내린 상태에선 공격수를 한 명 더 늘리고 메시를 사이드에 배치해 측면을 흔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가운데만 파는 공격으로는 아이슬란드 같은 팀을 무너트리기 힘들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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