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B조: 전술이 호날두였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하지만 ‘우승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혼자서 3골을 터트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2년 전 유로 대회 결승에서 호날두 없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포르투갈의 전술은 여전히 호날두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스페인전에서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완성한 건 바로 그 전술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르투갈 4-4-2 포메이션 : 1파트리시우 – 21셰드릭, 3페페, 6폰테, 5게레이루 – 14카르발류, 8무티뉴 – 16페르난데스, 11베르나르도 - 17게데스, 7호날두 / 감독 페르난도 산토스)

(스페인 4-2-3-1 포메이션 : 1데 헤아 – 4나초, 3피케, 15라모스, 18알바 – 5부스케츠,8 코케 – 6이니에스타, 21실바, 22이스코 – 19코스타 / 감독 페르난도 이에로)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는 포르투갈의 포메이션이 4-2-3-1로 표기됐지만, 곤살로 게데스가 사실상 호날두 옆에서 투톱처럼 움직이면서 4-4-2에 더 가까운 진형을 보였다. 그리고 이는 ‘스트라이커’ 호날두를 살리는 최고의 작전이기도 하다. 젊고 활동량이 풍부한 게데스는 호날두에게 부족한 압박과 수비 가담을 채워주는 파트너다. 또한 측면과 전방 모두 소화 가능한 게데스는 호날두와 함께 포르투갈 역습의 첨병 역할까지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호날두의 곁에는 그에게 공을 전달해줄 인사이드 윙포워드가 존재한다. 베르나르도 실바와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돌파형 윙어보다 중앙으로 들어와 패스를 찔러주거나 개인 기술을 활용한 플레이메이커에 능한 선수다. 벤치에 대기한 주앙 마리오도 비슷한 유형이다. 반면 히카르두 콰레스마는 경기장을 넓게 쓰는 걸 좋아한다.

전반 4분 만에 터진 호날두의 페널티킥이 나온 과정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스페인의 느슨한 전방 압박을 틈타 후방에서 길게 롱패스가 전달됐고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던 페르난데스가 헤딩으로 호날두에게 공을 연결했다. 상대 수비지역에서 공을 잡은 호날두는 다비드 실바의 압박을 벗어나 페널티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초에게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처럼 포르투갈의 작전은 간단하다. 어떻게든 전방에 있는 호날두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호날두가 공을 잡기 위해선 그의 주변에 가능한 많은 동료가 있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패스가 전달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호날두의 두 번째 골도 매우 비슷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센터백 페페가 디에고 코스타의 압박을 쉽게 벗긴 뒤 전방으로 롱 패스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게데스가 잡은 뒤 3m 안에 있던 호날두에게 전달했고, 호날두는 빠른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도 한 몫을 했지만 호날두의 슈팅 타이밍이 그만큼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빨랐다고 볼 수 있다.

2-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41분에도 포르투갈의 선택은 호날두를 향한 롱패스였다. 아마도 전방에 호날두 혼자만 있었다면 차단되기 쉬운 패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호날두 옆에는 교체로 들어온 안드레 실바가 세르히오 라모스와 경합하며 호날두와 헤르라트 피케와 ‘1 vs 1’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호날두는 완벽한 키핑 후 돌아서는 과정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포르투갈에겐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고, 깊은 호흡을 들어 마신 호날두는 특유의 프리킥 자세를 취한 뒤 강력한 슈팅으로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킥은 팀보다 개인 전술에 가깝다. 특히나 직접 프리킥은 선수 혼자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호날두의 프리킥은 모두가 아는 궤적을 그리며 골문 구석으로 향했고 데 헤아 골키퍼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은 지난 유로 대회에서 호날두 원맨팀이란 오명을 벗고 유럽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그들은 호날두 없이도 충분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스페인전은 호날두가 포르투갈 전술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경기였다.

물론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은 어떻게 하면 호날두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동료를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행운까지 따랐다. 하지만 단순히 운이라고 하기엔 호날두가 보여준 결정력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가 공을 잡으면 반드시 기회가 생겼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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