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유기견, 구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은 가족을 찾아 주는 것이 진정한 구조

역사문화의 도시 경주에서 개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tvN ‘리틀빅 히어로’는 국내 최고 애견훈련사 중 한 명인 한국일 교수(51)의 특별한 유기견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한 교수는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교육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구조한 유기견을 교육한 후 좋은 곳에 입양 보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또 문제 행동으로 파양이나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들을 교육 후 복귀시키는 활동까지 하고 있다. 수많은 개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놀아줄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훈련소에서 보호하는 개는 150마리 가량이다. 순수 사료비만 한 달에 5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대형견의 비중이 높아 밥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이유에 대해 “유기견 보호소나 그런 곳은 대형견을 다루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 기준 유기동물의 수는 10만 마리다. 주인이 찾지 않거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지 않으면 안락사로 이어진다. 안락사 비율은 점차 낮아져 1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연사 비율은 25.8%로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호소에 입소하는 4마리 중 1마리는 반드시 죽는다.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 보호소는 대형견이 지내기엔 너무 좁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다루기도 힘들다. 소형견과 달리 대형견은 공격을 하면 사람이 심하게 다칠 수 있다. 사나운 대형견은 어디를 가든 안락사 0순위로 꼽히게 된다. 이런 한계를 고려해 전문가로서 대형견을 수용하고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다루기 힘든 대형견을 자처해서 돌보고 있는 셈이다.

비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은 필수다. 야외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심장사상충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입양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들을 모두 합하면 적게는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소요된다고 한다. 다른 질병이 있다면 비용은 더 오른다. 개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본격적인 치료는 꿈도 못 꾼다. 개인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교수는 비용에 대해 “대출을 받아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유기견, 힐링을 전하다

한 교수는 유기견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강아지들과 요양병원을 찾아 노인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시간을 가졌다. 동물매개치료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여러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다. 서로 어루만지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여러 종류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를 보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은 약물중독이나 알코올중독 경력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유기견과 교감하는 매개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보통 핏불 테리어와 매칭이 이뤄지는데 이 견종은 남성들에게 유독 학대를 많이 당한다. 여성과 핏불 테리어를 매칭해 서로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교도소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만큼 교도소 역시 여러 인종으로 구성돼 있어 서로 비슷한 피부색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개를 투입시키면 한데 어우러져 죄수들의 긴장을 대폭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 진정한 ‘구조’

한 교수는 SNS에 유기견 동영상을 올리며 SNS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공개했다. 한번 시작하면 밤이 새도록 멈추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한 교수는 “SNS에 동영상을 올려야 유기견을 구조하고 후원하는 분들이 아이들 근황을 살펴볼 수 있고 교육 후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가정으로의 입양을 통해 지금까지 250마리의 유기견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한 교수는 ‘책임감’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열악해지는 유기동물의 현실 속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유기견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세상에 사랑받지 못 할 개는 없다.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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