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이리와 안아줘', 왜 좋아하는데 눈물이 날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보면 눈물 날 것 같은 드라마.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선 중요한 가르침이 나온다. 극 중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년 아미르가 첫 번째 소설을 짓는데, 아버지의 친구이자 스승 격인 라힘 칸이 그 글을 읽더니 좋은 작품에만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발견해냈다며 소년의 재능을 칭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무릇 훌륭한 작품의 필수이자,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핵심이다.

곧 '역설'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되는 이야기. 사랑했으나 사랑해서 죽어야 했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러했고,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라고 절규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도 그러했다.

두 명작에 견줄 순 없겠으나, MBC 수목극 '이리와 안아줘'는 분명한 '아이러니'를 찾은 드라마다. 시청자들이 '이리와 안아줘'를 보고 우는 것도 이 '아이러니' 때문이다.

살인마의 아들과 피해자 딸의 사랑이다. 역설적이며 비극적이고, 운명은 잔혹하다.

"미안해. 좋아해서." 윤나무(장기용, 아역 남다름)가 길낙원(진기주, 아역 류한비)에게 읊조리는 고백은 이뤄지면 안 되는 걸 알기에 역설적이다. 톱스타가 된 낙원이 이상형을 묻는 리포터에게 "보면 눈물 날 것 같은 사람"이라 답하더니, 자신을 구해준 나무를 마주하자마자 뚝뚝 떨군 눈물은 사랑하기에 슬픈 비극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나무와 낙원을 맡은 배우 장기용과 진기주, 그보다 앞서 아역을 연기한 남다름과 류한비까지, 이들이 눈물 흘리는 순간이 '이리와 안아줘'의 가장 눈부신 장면이다. 서로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순식간에 눈망울에 찰랑일 정도로 눈물이 차오르는 연기는, 둘의 금기된 사랑에 설득력을 피우는 기적인 까닭이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기 직전인 '이리와 안아줘'다. 지금껏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영상미를 포기하지 않은 연출진, 극본에 순수함과 잔인함의 공존을 시도한 작가의 용기는 박수 받아야 한다. 부디 남은 후반부도 지금의 균형을 잃지 않아 '역설'이 '억지'가 되지 않기를, '나무'처럼 올곧게 뻗어나가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낙원'의 시작이 되기를.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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