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개가 사람을 무는 이유, 사람이 문제다

- 개는 보호자에게서 모든 것을 배운다

- 개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해

H씨는 최근에 반려견과 공원 산책을 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원을 산책하던 중에 한 할머니와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무슨 개를 공원에 데리고 왔어?”라고 시비를 걸었고 H씨는 바로 자리를 피했다. H씨는 “목줄을 착용했고 배변 봉투까지 소지했던 상태인데 왜 시비를 걸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인기 가수 C씨의 프렌치 불독이 A씨를 공격했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로 H씨처럼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성들이 개와 함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각종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씨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녹농균’은 C씨의 반려견에게서 검출되지 않았다. 개가 물어서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의 피해 사례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가 사람을 물지 못 하도록 체고 40cm 이상의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채우려 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었다. 사람에게 물어야 할 책임을 개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정책이 사실상 물 건너 가면서 책임의 주체도 함께 사라졌다. 실효성과는 상관 없이 중대형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졌다.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가 ‘개가 사람을 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키운 셈이다.

개의 신체 특성이나 품종에 제약을 걸어도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일랜드 정부는 개에게 사람이 물리는 사고가 빈번해지자 1998년에 11개 품종을 금지 품종으로 지정했다. 농림부가 시행하려 했던 정책보다 훨씬 강경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16년까지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줄기는커녕 50%나 늘어났다. 또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는 2005년부터 핏불 품종을 새로 키우지 못 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지만 수도인 토론토에서 개에게 물리는 사고의 빈도수는 2016년 기준으로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품종이나 기질, 신체 특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개 물림 사고의 71%가 핏불 품종에 의한 사고였다. 투견으로 키우거나, 개를 거칠게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유독 핏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유기나 학대 사례가 많다.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공격성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핏불’은 사람을 무는 사나운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핏불 품종에서 가장 흔한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를 묘사할 때 주로 투견의 이미지를 그리지만 실제로는 점잖은 품종이다. 아이들과 친화력이 뛰어나 가정에서 키우기 적합한 반려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싸움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개량된 최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품종이나 체고를 기준으로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은 개 물림 사고를 줄이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나 국회에서 수수방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애꿎은 견주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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