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신임총재에게 바라는 다섯가지 [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KBL 이병완 신임총재에게 기대하는 게 많다. 다섯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31일 임시총회를 통해 WKBL 8대 총재로 선임됐다. 이병완 신임총재의 임기는 7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다. 실질적 업무시작 날짜는 7월 2일(월요일)이다. 사무총장은 미정.

지난 5월 17일에 'KBL 신임총재에게 바라는 다섯가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번 칼럼은 WKBL판이다. WKBL은 KBL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이 신임총재가 앞으로 3년간 해야 할 일이 많다. 꼭 해야 할 일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KDB생명 사태 확실한 해결

이병완 신임총재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제는 KDB생명 출신 선수들의 새로운 구단을 찾는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WKBL의 파이가 더욱 쪼그라드느냐, 그나마 현상유지를 하느냐가 걸린 문제다.

일단 현 집행부가 급한 불은 껐다. KDB생명으로부터 다음시즌 운영비 25억원을 받았다. 선수단은 정상일 감독 체제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KDB생명 출신 선수들을 안고 다음시즌부터 회원사로 참가하고 싶은 복수의 주체가 있다. 현재는 휴먼자산운용만 공개된 상태다.

결국 이 신임총재가 새로운 회원사를 결정해야 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재무상태, 농구단 운영의지 및 미래 청사진에 대한 진정성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당장 한, 두 시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회원사로서 WKBL과 한국농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복수의 주체가 모두 자격미달로 판명 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2018-2019시즌에는 WKBL이 KDB생명에 받은 25억원으로 위탁운영을 하고 다시 인수기업을 물색, 2019-2020시즌부터 새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 이 판단 역시 이 신임총재의 몫이다.

▲금융 회원사들의 한계 타파

WKBL과 KBL의 가장 큰 차이가 회원사들의 성격이다. WKBL은 전통적으로 금융사가 중심이다. 구단 프런트의 숫자가 KBL보다 훨씬 적다. 동종업계라는 연대의식도 있다. 의외로 굵직한 현안에 대한 대승적인 합의를 잘 이끌어낸다.

그런데 금융, 보험사들은 신뢰성이 생명이다. 이미지 메이킹이 상당히 중요하다. 태생적으로 예산을 전액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상 농구단은 그 자체가 모기업의 홍보, 마케팅 수단이다. 결국 매 시즌 팀 성적에 목숨을 거는 문화다. KBL 구단들보다 시즌 성적에 훨씬 민감하다.

제대로 된 리빌딩은 없다. 홍보, 마케팅, 산업화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뒷전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농구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이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신임총재는 WKBL 구단들의 이런 마인드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큰 틀의 방향 제시와 대화를 통해 6개 구단의 성적지상주의, 근시안적 시선을 타파해야 한다.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스포츠는 롱런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이 신임총재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은 마음에 걸린다. 스포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췄는지 궁금하다. 사무총장이나 주요 수뇌부에 비즈니스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심판 운영 및 관리 시스템 정비

WKBL 심판문제는 KBL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KBL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오심이나 경기운영의 실수가 묻히는 경우가 많다. WKBL 심판들은 KBL 심판들보다 스케줄에 여유가 있다. WKBL 경기수가 KBL보다 훨씬 적기 때문. 체력저하와 피로에 의한 집중력 저하가 오심 속출의 이유라고 보기 힘들다.

결국 심판 개개인의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WKBL에 매끄러운 판정을 내리는 심판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몇몇 지도자는 특정 심판을 두고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농구의 본질과 연관된 부분이다. 이 신임총재가 심판 육성 및 관리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 농구인을 잘 써야 한다. 심판진을 가장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사를 발굴 및 기용해야 한다. 어떻게든 팬들, 리그 구성원들로부터 깊게 박힌 심판 불신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아마농구와의 효과적인 공존

WKBL은 프로리그다. 자선단체가 아닌 수익단체로 발돋움해야 한다. 엄밀히 볼 때 WKBL이 여자 아마농구, 국가대표팀에 의무적으로 지원을 할 필요는 없다. 이미 WKBL 자체에 각종 과제와 현안이 가득하다. 아마농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렇다고 해도 WKBL은 아마농구, 특히 유망주들에게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여자 초,중,고, 대학농구 자체가 고사 직전이다. 남자 초,중,고, 대학의 경우 선수 5~6명으로 운영되는 학교는 드물다. 그러나 여자는 흔하다. WKBL의 파이, 지속성과 직결된 대목이다.

WKBL은 그동안 여자 유망주 관리 및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렇다고 해도 이 신임총재의 의중에 따라 기본적인 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단순한 지원 및 관심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구성원들의 로열티(충성도)향상

마지막으로 WKBL도 KBL과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로열티 향상이 중요하다. 신선우 총재는 KBL 김영기 총재 이상으로 고집이 세다. 첼시 리 사태에 끝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그동안 지켜본 WKBL은 KBL과 마찬가지로 인재가 적지 않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굵직한 현안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WKBL 직원들이 그동안 신 총재 체제에서 일 할 맛이 났을까. 로열티가 떨어지고,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WKBL이 발전하려면 WKBL 직원들부터 일 할 맛이 나야 한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군림하는 시대는 한참 지났다. 리더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신임총재는 각 부서 팀장급 이하 사원까지 살뜰히 챙겼으면 한다.

[이병완 WKBL 신임총재(위), WKBL 경기장면들(나머지).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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