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별나라] "국적 박탈 요구, 웬 말"…★들 두번 죽이는 '국민청원'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유아인·이광수의 사형을 청원합니다", "건방진 이홍기를 처벌해주세요", "수지의 국적 박탈을 요구합니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이 망발들이 터져 나온 곳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지난 2017년 8월 19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며 정부와 국민 간 소통창구 취지로 개설됐던 바.

그러나 일부 악성 네티즌들로 인해 도입 취지가 변질, 연예인들을 향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극단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건방진 연예인 처벌' '국적 박탈 요구'라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급기야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당연히 그 이유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고. '이유는 별거 없고, 내가 좋아하는 애호박을 더럽혀서 기분이 나쁘다' '건방진 주제에 아이돌질한다' 등등 따위다. 이는 한 차례 이슈로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한 스타들을 대상으로, 이때다 싶어 물고 늘어지는 고질적인 악플러들의 만행에 불과하다.

웃어넘기기엔 도를 심히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이기 때문. 300자 댓글 창을 기웃거리던 악플러들에게 '국민청원'이라는 거창한 명목까지 생기고 게다가 익명이다. 청와대가 뜻하지 않게 인민재판식 청원이 판을 치도록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이제 연예인들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청원으로 매도당하는 가혹한 처사를 받는 게 숙명처럼 되어버렸다.

결국 게시판은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인권은 어디에도 없는 자극적인 내용에 엄한 곳으로 불똥이 튀어 이를 바로 잡으려는 네티즌들이 악플러와 맞서고, 이는 또 불필요한 감정 소모적인 설전으로 이어지고,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시민들의 청원은 묻히는 불상사만 거듭되고 있어 큰일이다.

'사형 청원'과 같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 처리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지난 22일 올라온 '건방진 이홍기 처벌', 26일 '수지 국적 박탈 요구' 등은 현재까지도 버젓이 청원이 진행 중이다.

또한 비단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조롱, 희화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성적 조롱,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여기 소주 1병 더 주세요', '몸무게 4kg 빠지게 해주세요' 등 말장난은 애교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국민청원' 글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애꿎은 사람만 잡는 터에 '국민청원 게시판, 폐쇄 청원'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 이대로 운용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 '악플러 청원'이라는 오명이 짙어지기 전에 실명제 도입 등 보완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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