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빠진 넥센 필승계투조, 희망과 과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첫 단추는 잘 뀄다.

넥센 조상우는 성폭행 혐의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장정석 감독은 김상수를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결정했다. 김상수는 26일 고척 롯데전서 3-2로 앞선 9회초에 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터프세이브를 따냈다.

좋은 결정이었다. 지난해 마무리 경험이 있다. 올 시즌 넥센 구원투수들 중 가장 실적이 좋다. 묵직한 패스트볼에 포크볼이라는 위닝샷이 있다. 개막 후 19경기 연속 무실점이 깨진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심리적으로도 강인해졌다.

뒷문 자체는 더욱 든든해질 수 있다. 조상우는 좋은 하드웨어에 묵직한 패스트볼을 가졌다. 그러나 기복이 심했다. 김상수가 앞으로 26일 경기와 비슷한 상황에 꾸준히 좋은 투구를 하면, 장정석 감독의 마운드 운용도 수월해진다. 야수들, 선발투수들의 심리적 안정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김상수가 작년과 달리 안정적으로 롱런할 상황이 갖춰졌다. 현재 넥센 야수진은 사실상 1.5군이다. 박병호가 선발, 대타 출전을 번갈아 한다. 이정후, 김하성, 고종욱, 서건창 등 아직도 돌아와야 할 주전급 야수만 4명.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2루수 송성문, 유격수 김혜성의 수비 안정감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다. 상대적으로 김규민, 임병욱, 마이클 초이스의 외야라인에 비해 좀 더 촘촘한 느낌.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라는 장 감독의 코멘트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의 만족감까지 포함한다. 촘촘한 디펜스는 마무리, 필승계투조 요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현실적인 과제도 존재한다. 김상수가 마무리가 되면서 메인셋업맨을 맡을 투수, 메인셋업맨을 도울 투수의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다. 26일 경기서는 기존 필승계투조 이보근과 좌완 오주원이 등판했다.

이보근이 메인셋업맨을 맡는 게 자연스럽다. 김상수에게 가렸을 뿐,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에 시즌 22경기 3승2패9홀드 평균자책점 2.49로 괜찮다. 다만, 이보근을 도울 확실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오주원은 좌완 스페셜 요원으로의 활용가치가 좀 더 높다.

장 감독은 김동준, 조덕길, 지금은 1군에서 말소된 김선기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시즌 초부터 꾸준히 추격조로 나섰다. 박빙 리드서 등판시키기엔 불안한 측면이 있다. 실전을 통해 보완하고 부작용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정후와 김하성, 고종욱이 퓨처스리그 실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1군 복귀 수순을 밟는다. 안정된 선발진과 두꺼워질 야수진이 좀 더 힘을 내서 필승계투조를 돕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파트에 균열이 생기면, 다른 파트에서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강팀이다.

지금까지 넥센은 이런저런 이유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을 그럭저럭 메워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시험대다. 필승계투조의 데미지 극복 여부는 곧 팀 전체의 페이스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상수(위), 이보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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