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산책 시간, 개똥을 버리는 시간이 아니다

방치된 배설물은 견주의 도덕성을 보여준다

한 달 전 아내와 강아지를 데리고 홍천으로 나들이를 가는 중이었다.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생리 현상인 대소변을 해결하기 위해 휴게소를 들리게 된다. 사람 외에 강아지도 대소변을 해결해야 한다. 아스팔트 바닥은 배설물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되도록 흙밭이나 잔디밭으로 데려가 일을 보게 한다.

주차장 가장자리로 가면 으레 붙어 있는 흙밭으로 갔는데 ‘반려동물 출입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화도 났다. 하지만 비양심적인 보호자들이 몰래 버리고 갔을 대변들과 그걸 치우는 관리자 처지에서 생각해보니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러 나가도 주인 없는 개똥을 십 수 개씩 발견하는데 휴게소는 오죽할까.

강아지와 함께 하는 야외활동이 잦아지면서 잔디나 풀숲을 가는 일도 많아졌다. 언제 밟을지 모를 개똥 걱정에 바닥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은 깨끗한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면 어김없이 개똥을 발견한다. 지자체에서 공원마다 배변 봉투를 지참하라고 안내문까지 붙여 놓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걸까, 안내문 바로 앞에서 개똥을 발견했다.

◆ 배설물 수거, 10초면 뚝딱

배변 봉투와 리드줄, 내 개는 내가 책임진다는 의무감 이 세가지만 있으면 끝

소변은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의 건물 내 공용공간, 또는 사람이 눕거나 앉는 기구 위에 보지 않는 이상 치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관상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만약 수거의 의무가 발생하는 공간에서 소변을 봤다면 물티슈나 휴지로 청소 후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때 흡수성 배변 패드로 처리하면 정리와 수거를 빠르게 해낼 수 있다.

대변은 줍고 담는 것이 전부라 편하게 수거할 수 있다. 담는 찰나에 올라오는 냄새만 참으면 어려울 것도 없다. 봉투를 장갑 대용으로 사용해 대변을 집어 올린 뒤 거꾸로 뒤집어 묶어주면 된다. 감촉이 싫거나 개의 덩치가 크다면 큰 봉투와 배변 수거용 삽, 또는 스쿱으로 수거하면 된다.

냄새에 민감하다면 배변봉투 중에 향기가 첨가된 것을 사용하면 된다. 대변 냄새가 첨가된 향에 묻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냄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롤타입 위생백을 구매하면 된다. 위생백의 사이즈가 다양해 개의 덩치에 알맞은 크기를 구매하면 된다.

◆ 서로의 양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간

동물보호법(제13조)에 배설물 수거 조항을 어기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지만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적발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하지만 몰래 버리고 가는 특성상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로 7017처럼 배설물 수거 조항이 삭제되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닌 장소도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개파라치 제도 도입을 고려했지만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비판에 결국 폐기됐다.

결국은 반려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정부나 국회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반려인들의 도덕성 함양을 위해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적인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또 배설물 수거의 책임을 남에게 넘기는 것이 민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지하철 노약자석을 주제로 1999년에 방영된 한 음료 광고는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는 카피 한 줄로 청년들에게 지하철 예절을 전파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반려인에게도 카피 한 줄의 파급력을 맞이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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