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연승·연패, 한용덕 감독의 진단은 에이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에이스가 있느냐, 없느냐죠."

올 시즌 KBO리그는 유독 장기연승과 장기연패가 잦다. 스윕승, 스윕패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연승을 하다 연패에 빠지기도 하고, 연패에 빠지다가도 연승으로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LG가 대표 사례다. 8연승을 따낸 뒤 8일 잠실 롯데전서 패배, 8연패에 빠졌다.

시즌 개막 1개월 반이 지난 시점. 두산, SK를 제외한 모든 팀이 한 차례 이상 스윕패를 경험했다. 두산과 SK는 스윕패 없이 스윕승만 세 차례씩 기록, 양강을 형성했다. 당연히 두 팀은 연패는 많지 않고 연승은 많다.

그렇다면 왜 연승과 연패, 나아가 스윕승과 스윕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걸까. 한화 한용덕 감독의 진단은 에이스의 유무다. 한 감독은 8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에이스가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 팀은 연패가 길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에이스의 덕목은 연승은 잇고 연패는 끊는 것이다. 아무래도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 연승을 할 때는 꼭 에이스가 아니어도 다양한 파트에서 많은 선수가 제 몫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연패를 할 때는 반대의 경우다. 투타 언밸런스 속에서 에이스의 쾌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감독은 "3연전 첫 경기서 에이스를 내고 지면 기선제압을 당하면서 흐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확실한 1~2선발, 에이스의 중요성이 엄청나다.

그런 점에서 두산과 SK는 인상적이다. 두산은 장원준과 유희관이 예전 같지 않다. 심지어 유희관은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거의 매 경기 타자들을 압도한다. 린드블럼은 8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3.22, 후랭코프는 7경기 5승 평균자책점 1.80. 두산은 두 사람이 등판한 15경기서 최소 13승을 건졌다. 이러니 연승을 할 수밖에 없다.

SK도 마찬가지다. 메릴 켈리가 3승1패지만, 평균자책점 4.56으로 약간 높다. 그러나 돌아온 김광현이 6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23, 앙헬 산체스가 7경기서 4승 평균자책점 2.25다. 한 감독은 두 팀의 에이스, 주축 선발들을 두고 "에이스가 나가면 이긴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 감독은 두산 시절 원투펀치의 위력, 특히 연패를 피하는 게 중요한 걸 몸으로 체험한 지도자다.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로 2016년 두산 판타스틱4를 관리했다. 당시 두산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의 밑바탕은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의 파괴력이었다. 그 시절 두산은 연패가 거의 없었고, 연승을 밥 먹듯 했다.

"두산과 SK가 잘 나가는 것도 에이스 때문이다"라는 한 감독 코멘트는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그는 "두산과 SK는 1~4선발까지 확실하지 않나. 그래서 치고 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두산과 SK가 치고 나가는 게 차라리 낫다. 두 팀이 내려오면 중위권은 더욱 혼전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3위에 위치한 한화의 앞날도 에이스와 2선발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감독은 "샘슨과 휠러가 조금씩 그런 역할(연승은 잇고 연패는 끊는)을 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샘슨과 휠러의 시즌 성적은 아주 빼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한 감독에 따르면 더 좋아질 여지는 있다.

[한용덕 감독(위), 린드블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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