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이 말하는 '롯데 선수로 살아가는 법'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이적생 민병헌(31, 롯데)의 롯데 자이언츠 적응이 순조롭다. 민병헌은 현재(1일 오전) 27경기 타율 .320(100타수 32안타) 3홈런 14타점의 준수한 성적으로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테이블세터와 클린업트리오를 가리지 않는 유연함에, 수비에서도 실책 없이 사직의 중앙 외야를 든든히 지키는 중이다.

▲민병헌이 털어놓은 초반 부담감

덕수정보고 출신의 민병헌은 지난 2006년부터 13년 동안 두산에서만 활약한 ‘원팀맨’이었다. 그런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0억원에 롯데를 택했다. 그러나 거액의 연봉이 부담으로 다가왔을까. 민병헌은 시즌 초반 특유의 호쾌한 스윙을 잃어버리며 4월 초 타율이 .256까지 떨어졌다. 장타는 2루타 1개가 유일했던 터. 수비는 꾸준했지만 연봉값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활약이었다.

“부담이 큰 게 사실이었다”라고 운을 뗀 민병헌은 “마음만 앞서니까 타석에서 급했다. 잘 못 치는데 팀까지 초반에 출발이 늦어져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대호, 손아섭, 이병규, 채태인 등 나머지 타자들이 잘 치니까 느끼는 부담이 줄었다. 이제는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병헌에게 전환점이 된 경기는 4월 18일 사직 삼성전이었다. 그는 당시 이적 후 첫 홈런과 함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323까지 끌어올렸다. 민병헌은 그 때 이후로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 중이다.

민병헌은 사실 다소 늦게 나온 첫 홈런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사실 올해는 홈런이 안 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초반에 장타가 잘 안 나와 내심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라는 게 그의 고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이 편한 민병헌이다. 그는 “첫 홈런이 나온 뒤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은 공을 열심히, 그리고 끝까지 보고 치려고 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민병헌이 롯데맨으로 사는 법

서울토박이 민병헌은 올해 낯선 부산 땅에서 이른바 ‘롯데맨 라이프’에 적응 중이다. 홈구장, 팬, 응원가, 동료, 거주지 등 모든 게 바뀌었지만 그 중 민병헌이 꼽은 가장 낯선 점은 역시 이동거리였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두산에서 13년을 보낸 그는 올해 역마살이 제대로 끼었다. 10개 구단 중 수도권에 5개가 있는 KBO리그 구조 상 지방 팀들은 그만큼 이동이 많다.

민병헌은 개막전이었던 인천 SK전을 떠올리며 “부산에서 인천까지 5시간 30분이 걸렸다. 충격을 받았다. 울산에서 광주 갈 때도 4시간이나 걸렸다”라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서 “두산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 부산인데, 버스 타면 4시간이 안 걸린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만 가면 기본이 4시간이다”라고 웃었다.

평소 버스에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민병헌은 이동거리 적응을 위해 자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민병헌은 “나중에 2연전 체제에 또 시즌 뒤 우천취소 잔여 경기가 있다. 걱정이 되지만 그것 또한 내가 이겨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동거리는 길지만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 민병헌은 외롭지 않다. 특히 롯데에 와서 달라진 건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려 한다. 민병헌은 “이젠 나도 많이 알려주고 싶다. 옛날엔 내 욕심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아니다. 같이 밥도 많이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고, 또 그러려고 많이 노력 중이다”라며 “그렇다고 내가 먼저 밥 먹으러 가자고는 안 한다. 후배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라고 웃어 보였다.

민병헌에게 특히 적극적인 후배가 누구냐고 묻자 나종덕, 한동희, 신본기 등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러나 민병헌은 “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롯데 선수들이 다 잘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똑같은 프로선수라 실력은 큰 차이가 없다. 마음가짐이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된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다”라고 후배를 먼저 생각했다.

▲ ‘수비의 달인’ 민병헌이 말하는 수비

민병헌이 롯데에서 가장 신경 쓰는 플레이는 수비다.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민병헌은 적어도 수비에서만큼은 최고의 기량을 뽐내려 한다. “방망이가 안 맞더라도 수비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감독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 역시 수비다.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팀이 강해진다”라는 게 민병헌의 지론이었다.

외야수인 민병헌은 수비 강화를 위해 내야수와도 많은 소통을 한다. 민병헌은 “텍사스 안타는 누가 처리할 것인지, 중계 플레이 호흡은 어떻게 맞출지, 발 빠른 타자가 나왔을 때 내야수가 전진수비를 하니 앞에 있는 타구는 내가 잡겠다는 등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외야수와 내야수가 소통을 많이 할 때 팀이 강해진다”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그는 “어차피 타격은 도박과도 같다. 잘 맞을 때는 진짜 잘 맞고, 안 맞을 때는 진짜 안 맞는다. 그러나 수비는 내가 열심히 하려고 하면 잘 된다.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민병헌에게 끝으로 롯데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나 혼자 잘한다고 팀이 잘 되는 게 아니다. 벤치에서 우리 선수들의 안타를 간절히 바라는 등 사소한 응원부터 하고 싶다. 타격이 안 된다고 풀이 죽고, 수비 나가서 집중 안 하는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부분부터 내 역할에 충실하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남겼다.

[민병헌.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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