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을 보며 5년 전 자신을 떠올린 김선형의 덕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SK와 DB의 챔피언결정전은 김선형과 두경민의 매치업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SK에 18년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안긴 김선형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SK가 6차전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김선형과 고개를 숙인 두경민의 모습이 절묘하게 교차됐다.

두 사람의 매치업이 가장 큰 희비를 가른 건 역시 3차전이었다. SK가 DB에 20여점 뒤졌으나 4쿼터와 연장전서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당시 김선형은 전반전서 힘을 아낀 뒤 4쿼터부터 풀타임을 소화, 두경민을 압도했다.

김선형이 차분하게 SK 팀 오펜스를 이끄는 동시에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공격에 성공했다. 빠른 발과 긴 체공시간을 앞세운 레이업슛과 플로터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반면 두경민은 전반적으로 성급했다. 얼리오펜스서 강점이 있는 두경민이지만, 세트오펜스에서 팀 오펜스 조율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챔프전서 두경민의 이 약점은 매 경기 노출됐다. 결국 DB는 막판 승부처만 되면 버튼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버튼은 챔프전 중반 이후 최원혁의 그림자 수비에 고전했다. 막판으로 갈수록 클러치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렇다고 두경민이 그 손실을 확실히 만회하지도 못했다.

김선형의 연장전 위닝샷도 우중간에서 두경민을 절묘하게 제치고 만들어냈다. 김선형이 두경민에게 판정승을 거두면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장면이었다. 그 한 방 이후, SK는 4~6차전까지 내리 따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선형은 챔프전 우승 직후 두경민을 두고 "꼭 5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성급하더라"고 웃었다. 5년 전 자신이 꼭 두경민 같았다는 것. 김선형은 5년 전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서 양동근와의 매치업서 완패, SK의 4연패를 막지 못했다.

당시 김선형은 특유의 운동능력을 앞세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때도 포인트가드였지만, 사실상 해결사 역할에 치중했다. 투박했지만, 파괴력은 좋았다. 다만, 섬세함이 필요한 단기전서는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에게 막혔다.

이후 김선형은 플로터를 완벽히 익혔다. 3점슛 성공률도 끌어올렸다. 성숙해졌고, 여유가 생겼다. 올 시즌에는 부상 이후 장기공백이 있었다. 문경은 감독은 "선형이가 성숙해졌다. 부상 기간 밖에서 팀을 바라보며 마인드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김선형은 복귀한 뒤 자신의 파괴력과 호화멤버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해나갔다. 이번 챔프전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5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두경민이 쓴 맛을 봤다.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지만, 챔피언결정전 활약은 김선형에 비해 미미했다. 물론 4~5차전 막판 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챔프전 전세를 뒤흔들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었다.

두경민은 아직 젊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시간이 있고, 곧 상무에 입대, 정신적으로도 성숙할 기회를 갖는다. 장기적으로는 두경민 역시 자신의 공격력과 함께 동료를 살려줄 수 있는 가드가 돼야 한다. 물론 지금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김선형처럼 가드로서의 가치를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많은 농구관계자가 지적하는 대목이다.

김선형은 "경민이도 갖고 있는 능력이 워낙 출중한 선수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선형과 두경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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