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의 안테나] '나의 아저씨' 의 폭력성 논란, 또 오해입니까?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산 넘어 산이다. 케이블채널 tvN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가 남녀주인공 나이 차이에 이어 폭행신으로 인해 자극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발점은 첫 방송부터였다. 극 중 이지안(아이유)에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사채업자 광일(장기용)이 지안에게 과도한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광일은 지안에 대한 증오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인물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방송에서도 광일은 지안의 복부와 머리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수위 높은 욕설도 이어졌다. 상호 간의 몸싸움이 아닌 일방적인 행위였다.

긴 시간 동안 묘사된 장면에 시청자들은 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체격 건장한 남성이 작은 체구의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한다는 점,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실감을 더하기 위한 선택이라 해도, 불필요하게 적나라했다.

더불어 홈페이지에 게재된 광일의 인물 소개가 더 큰 반발을 가져왔다.

'어느 날부터인지 지안의 주변에 웬 아저씨(이선균)가 보인다. 지안이 돈을 착실히 갚는데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지안을 더 괴롭힌다. 지안이 자신을 보게 만드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으니까.'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애증'이라는 감정을 연상하게 한다. 폭력을 애정으로 미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앞서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은 남녀 간의 난폭한 장면을 묘사해왔다. 가령 손목을 거칠게 잡아끈 뒤 스킨십을 하거나 어깨에 둘러메고 데려간다든지 등의 장면이 비일비재했다. 문제는 해당 장면들이 '남자다움'으로 포장됐다는 점이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 포장은 다시 반복된다. 광일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은 "광일은 나쁜 남자다. 속으로는 남모를 아픔을 지녔다"며 직접 캐릭터를 설명했다. 익숙한 패턴이다. 한때 유행했던 '나쁜 남자' 설정을 고스란히 가져와 거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이 크다.

혹자는 애정 기반이 아닌 단순한 폭력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가정해도 문제다.

드라마에 전시된 장면들은 허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상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압적인 행위가 고질적인 사회적 범죄로 대두되고 있기에, 시청자들에게 실제로 불안감 내지 공포감을 조성시킬 수 있다. 제작진이 광일의 비틀린 폭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풀샷'이나 대사 처리로 넘겨도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의 대중은 과거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둔감하지 않다. 문화와 사회를 각각 독립 영역으로 바라보지 않을 정도로 향상됐다. 문화와 사회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대중도 안다. 이러한 흐름 속 '나의 아저씨'의 폭력 장면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안타까운 답습이다.

일각에서는 지적하는 목소리를 두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며 극 테두리에 넣고 바라보자고 말한다. 제작진 역시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며 "긴 호흡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매번 메시지가 화자의 의도와 부합될 순 없다. 은연 중 시청자들에게 파고드는 콘텐츠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언제나 콘텐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나의 아저씨'는 출발부터 크나큰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펼쳐질 전개는 위 논란을 모두 불식시킬만한 개연성과 해결 능력을 지녀야 한다. "시청자들의 불편한 점을 귀담아 듣겠다"고 입장을 전한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사진 = tvN 제공, tvN 방송 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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