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시범경기, 급기야 불펜데이까지 등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급기야 불펜데이까지 등장했다.

올 시즌 KBO리그 시범경기는 역대 가장 짧은 일정으로 진행된다. 13일에 개막했고, 20~21일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일정이 짧아지면서 예년과 다른 풍경도 많이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정규시즌을 연상하게 하는 타이트한 경기운용이다.

마운드의 투수, 타석의 타자, 양팀 벤치에서 느슨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주어진 실전이 적다. 타이트한 승부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점검하겠다는 의도. 주전 타자들의 출전빈도가 상당히 높다.

감독들은 짧아진 시범경기를 의식, 일찌감치 주전라인업 구상을 거의 마쳤다. 시범경기서 주전들의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다한다. 예전에는 백업들에게도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 개막엔트리 경쟁을 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비중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운드 운용도 좀 다르다. 두산은 KIA와의 개막 2연전에 장원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1~4선발을 선발과 두 번째 투수로 한꺼번에 점검시켰다. 어차피 시범경기 초반에는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 대신 한 경기에 몰아 넣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일정이 축소됐으니 주축투수들 위주로 철저히 투구수 끌어올리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10개 구단은 24~25일 개막 2연전 선발을 일찌감치 내정한 뒤, 그들의 휴식일에 맞춰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그에 따라 시범경기 마운드를 운용하고 있다. 17~18일 주말 2연전 선발투수들이 결국 24~25일 개막 2연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넥센이 색다른 시도에 나선다. 장정석 감독은 18일 SK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LG와의 마지막 2연전(20일~21일 고척)에 불펜투수로만 마운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불펜데이다"라고 말했다.

불펜투수들만으로 1~2이닝씩 끊어 18이닝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미 선발로테이션 순번을 결정한 상황서 선발투수들을 배제, 불펜투수들의 기용폭을 최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장 감독은 "이닝 중간 교체 없이 1~2이닝씩 던진다. 선발투수들은 2군 연습경기에 내보낸다"라고 밝혔다.

넥센이 마지막 2연전에 불펜데이를 실시하는 건 선발투수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고, 공식경기 같은 시범경기에 불펜투수들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려는 목적이다. 넥센은 에스밀 로저스,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 신재영으로 이어지는 주축 선발진과 마무리 조상우는 확실하다. 그러나 중간계투, 특히 필승계투조의 역할 분담이 불명확하다. 지난해에도, 올 시즌에도 불펜은 넥센의 명운을 가를 파트다.

장 감독은 "17명의 투수들과 같이 다니고 있는데, 두 자리 정도를 놓고 고민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보통 1군 투수 엔트리를 12~13명으로 정하면 선발 5명과 마무리 1명을 제외하고 6~7명은 불펜투수다. 패전처리 1~2명을 제외한 3~4명이 필승계투조를 맡는다.

넥센 외에도 올 시즌 불펜이 확실하지 않은 팀이 여럿 있다. 아직 넥센을 제외한 팀들 중에서 불펜데이를 실시하겠다는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나름의 방식대로 불펜투수들을 경쟁시키고 있다. 다만, 넥센은 시범경기 일정 막바지에 선발투수의 자리까지 비워가면서 불펜투수 테스트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짧아진 시범경기의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다.

[장정석 감독의 마운드 방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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