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우리은행 토종 3인방, 챔프전서 위력 극대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임영희, 박혜진, 임영희. 17일 KB와의 챔피언결정1차전서 우리은행 토종 3인방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토종 3인방의 존재감이 KB가 자랑하는 트박지수-다미리스 단타스 트윈타워의 위력을 지웠다.

1차전을 간략히 리뷰해보자. 우리은행은 체력 우위를 앞세워 특유의 강인한 맨투맨을 펼쳤다. KB의 패스게임, 스크린의 부정확성을 높였다. 특히 박지수를 외곽으로 최대한 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트윈타워 위력을 떨어뜨렸다. 공격에선 승부처서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이 결국 풀어냈다.

1차전 초반 세 사람의 공격 응집력은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 이후 실전이 오랜만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영희는 어느 타이밍에 슛을 쏴야 할지도 모를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 사람은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좋은 수준의 응집력을 유지했다. 특히 3쿼터 중반 역전을 당한 뒤 박혜진과 임영희의 위기관리능력은 엄청났다.

간결한 2대2에 의한 나탈리 어천와의 마무리 유도와 함께 2대2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중거리슛, 3점슛으로 처리했다. 3쿼터 막판 박혜진의 연속 5득점, 4쿼터 막판 임영희와 어천와의 2대2에 의한 3점플레이는 백미였다.

특히 리더 박혜진은 경기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매치업, 수비 상황에 따른 공격선택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냉정할 정도다. 정규시즌 때부터 코트에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임영희, 김정은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했다.

박혜진은 예를 들어 "1대1 능력이 좋은 김정은 언니가 있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다. 상대가 수비가 좋은 선수에게 정은 언니를 맡기면 영희 언니를 살려주면 되고, 영희 언니가 막히면 정은 언니를 살려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입단한 엠버 해리스에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박혜진은 "해리스는 아직 몸을 만들고 있다. 챔프전 준비를 위해 조절하면서 운동을 했는데도 힘들어하고 토할 정도였다. 국내선수들에게 우리가 한 발 더 뛰자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리더다운 냉정한 대처였다.

위성우 감독은 김정은 케어에 중점을 뒀다. 박혜진, 임영희와는 달리 아직은 우리은행 특유의 시스템에 완벽히 젖어 들지 못했다. 무릎도 정상이 아니다. 박지수에 대한 수비부담도 있다. 위 감독은 "정은이에게 그동안 요구조건이 많았다. 본인의 농구가 되지 않았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두 가지 정도만 얘기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정은이 챔프전서 좋은 장면이 나오면 세리머니를 크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혜진에 따르면, 임영희는 "1차전에는 세리머니를 줄이고 경기에 좀 더 집중하자"라고 말했다. 기선제압의 중요성이 크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박혜진은 "그랬던 영희 언니가 더 좋아하더라"고 웃었다.

KB는 트윈타워가 막강하다. 하지만, 이들을 살려줄 토종 1~2번이 약하다. 강아정과 모니크 커리가 득점 2옵션에다 경기운영부담까지 있다. 그리고 공격 루트가 단조로운 박지수, 골밑에서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단타스의 미묘한 공수약점도 있다.

우리은행은 토종 3인방이 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정확한 2대2로 어천와의 위력까지 극대화한다. 반대로 KB는 우리은행 2대2를 알고도 막지 못한다. 전략과 전술적 장, 단점의 극대화, 체력적 변수가 더해진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우리은행 토종 3인방의 냉정함이 표출됐다.

위 감독은 "챔프전서 경기력은 중요하지 않다. 이기는데 중점을 두겠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토종 3인방은 이길 줄 아는, 냉정한 타짜들이다. 그들이 무서운 이유다.

[우리은행 토종 3인방.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