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화인 성폭력 피해 비율 61.5%"…성폭력 근절, 든든과 함께 (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2016년, 문화계 내 성폭력 공론화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남성 중심적인 영화계와 성폭력에 문제 제기하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현 한국 사회는 영화계를 넘어서 각지에서 '미투 운동(Me Too)' 바람이 불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아픈 순간들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영화인들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섰다.

12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식 및 성폭력‧성희롱 실태 조사 기자회견이 열려 심재명 센터장을 비롯, 임순례 감독, 국회교문위원장 유성엽,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 배우 문소리, 원민경 변호사, 남순아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축하와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여성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계 내의 성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로 유, 무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던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임순례 감독은 '미투 운동'을 둘러싼 공작설 등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떠나갔던 동료 여성 영화인들과 피해자 분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올바른 젠더 감수성을 지닌 환경을 약속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가 '2017년 영화계 성평등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7년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영화인 총 751명(식별불가 2명 제외), 총 749명이 참여했다.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으로 가장 많이 인식되는 행위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94.3%),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강요'(93.9%) 등이었다. 그러나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77%),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 봄'(81.8%) 등은 인식 정도가 낮아 실제 피해 비율이 높았다.

더불어 전체 응답자의 46.1%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 중 성별 차이로 살펴보면, 여성은 61.5%, 남성은 17.2%로 무려 44.3% 차이를 드러내며 여성의 피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해자 성별은 전체 71.6%, 여성 5.2%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여성일 때 가해자의 성별이 남성인 경우는 76.7%였으며 남성 피해자 경우에도 가해자의 성별이 남성인 비율은 43.5%로, 남성 가해자가 상당수였다.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문소리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진심 어린 목소리를 냈다. '미투 운동'으로 불거진 예술계 민낯에 몸과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한 문소리는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 방관자였거나 암묵적인 동조자였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할 것이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등불이 필요한 시기에 든든이 개소를 했다. 자랑스럽다. 성평등한 문화가 빨리 정착되고 피해들이 근절되길, 여성 영화인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며 "든든에서 하는 예방 교육, 캠페인,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이외에도 남순아 감독, 원민경 변호사, 김혜정 부소장, 김선아 집행위원장 등이 경험과 제도에 빗대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을 힘주어 주장했다.

한편,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3월 설립됐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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