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딩센터 폐쇄…이용 감독의 호소 "제2의 윤성빈은 없는 겁니까"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이용 스켈레톤봅슬레이 대표팀 총감독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간절히 호소했다.

이용 감독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 공식 인터뷰에 참가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뚝 끊긴 정부 지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윤종(33·강원도청), 김동현(31·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 전정린(29·강원도청)으로 이뤄진 한국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팀 원)은 지난달 마무리된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비인기종목의 설움, 얇은 선수층, 열악한 인프라 등을 극복하고 한국 최초의 봅슬레이 올림픽 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도 잠시, 선수들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더 이상 훈련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용 감독은 이날 정부가 슬라이딩센터의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예산 편성이 안 된 부분을 꼬집었다.

이 감독은 “사실 경기장이 있었기에 이번 대회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에서 효과를 봤다. 우리 선수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그러나 이젠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다. 이유는 예산 부족이라고 하더라. 수천억원을 들여서 경기장을 세운만큼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하고 이제 또 다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연습해야 하는데 큰 문제다. 사전 훈련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국가에 희생한 만큼 대책이 절실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체육회는 등록선수가 적다는 이유로 봅슬레이 상비군을 3월부로 폐지했다. 이 감독은 당초 유소년 선수들로 상비군을 꾸려 육성과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했지만, 이젠 그 두 마리 토끼를 더 이상 잡을 수 없다.

이 감독은 “대한체육회로부터 등록선수가 적어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고 들었다. 사실 스켈레톤 전지훈련과 월드컵 나가는 인원은 5명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금메달을 땄다. 환호받을 일인데 단순히 선수가 적다는 이유로 상비군을 폐지시켰다. 어제(6일) 부로 체육회는 상비군의 지도자, 선수들을 모두 해산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비군도 같이 한마음 한 뜻으로 왔는데 예산 부족으로 그 친구들을 모두 해산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훈련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적으로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 다들 열심히 하지만 정작 뒤에서 열심히 한 선수들을 알아주지 않는다. 메달 전에는 나 또한 이름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올림픽에서 헌신했는지 국가에서 알아줘야 한다. 모두가 동고동락하고 열심히 했다. 평창올림픽이 끝이 아니다. 동계종목 육성과 함께 베이징 또한 제2의 평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 차원의 사후 시설 활용 및 선수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고생한 만큼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 감독은 " 제2의 윤성빈, 원윤종을 길러내는 게 내 역할이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이 친구들로 계속 갈 순 없다. 만일 부상이 발생하면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다음 대책이 없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용 총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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