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셰이프 오브 워터’, 신화로 승화한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는 누군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런 사랑이 있었다’라는 회상은 그 사랑을 신화화하는 속성을 지녔다.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에서 알 수 있듯,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는 ‘믿어야만 보이는 세계’이다. 그의 판타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믿는 자에게 황홀하고 신비로운 순수한 마법의 세계를 선사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 밖에 없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매혹으로 출렁인다.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초반,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친하게 지낸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낯선 그에게 끌린다. 달걀을 나눠먹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는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괴생명체를 사랑하는 엘라이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실행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TV영화에서 소개되는 제물 이야기부터 물과 달걀의 모티브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신화적 장치를 심어놓았다. 물은 소멸과 탄생의 은유이고, 달걀 역시 부활의 의미를 내포한다. 스트릭랜드가 괴생명체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신화의 반열에 오른다.

혹자는 이 영화가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의 혼합이라고 평하지만, 남성-괴생명체와 여성-인간의 사랑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여러번 반복되는 이야기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영화에선 여성이 사랑을 리드한다는 것. 남성 상위시대였던 1962년에 여성이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부터 사랑에 관한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시킨다.

소외된 자들이 숭고한 사랑을 이뤄내고 지켜주는 설정도 마음을 훈훈하게 데운다. 괴생명체, 언어장애인 일라이자, 흑인 여성 젤다, 동성애자 자일스는 모두 차별 받는 캐릭터다. 이 영화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를 통해 단순히 둘 만의 사랑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을 다룬다.

영화 제목 ‘물의 모양’은 어느 한 가지로 규정될 수 없는 사랑의 의미를 탁월하게 담아낸다. 엘라이자는 욕조에, 괴생명체는 실험실 저수조에 ‘갇혀’ 있다. 이들의 사랑은 좁은 공간에서 시작해 드넓은 곳으로 향한다. 사랑의 모양은 그만큼 넓고 깊어진다.

거의 모든 장면을 정교하게 축조하고, 감각적으로 조각하는 델 토로 감독은 괴생명체 크리처의 디자인부터 엘라이자와 자일스의 집 구조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으로 뛰어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괴생명체는 우아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이종간의 사랑에 매력을 불어 넣는다.

엘라이자는 목소리 대신에 풍부한 감정과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이들에겐 음악이 곧 사랑의 밀어다. 알렉산드라 데스플라 음악감독은 왈츠와 재즈 선율로 엘라이자의 내면을 드러낸다. 음악은 샐리 호킨스의 호연과 더불어 감미로운 리듬으로 사랑의 설렘을 예찬한다.

신화가 된 사랑은 당신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한번 더 보고 싶은 열망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모든 사랑엔 저마다의 형태가 있음을, 내 사랑도 나만의 모양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음미하고 싶을 테니까.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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