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신인상 레이스, 3파전? 다크호스 가세? [최창환의 쓴맛단맛]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3명의 후보가 유력한 가운데, 시즌 막바지에는 다크호스 1명이 추격하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데뷔한 신인 중 김승현, 오세근처럼 단번에 리그의 판도를 뒤바꾼 대어급 신인은 없다. 냉정히 말하면 애초부터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는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드래프트가 열려 팀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적었던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여건 속에 적응력을 발휘,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신인들도 있다.

신인상 요건은 ▶정규경기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 중 1명(외국선수 제외) ▶출전 가능 경기 1/2 이상 출전이다. 2017 신인 드래프트는 정규리그가 개막한 이후 열렸기 때문에 올 시즌 신인들의 출전은 2라운드부터로 규정됐다. 즉, 45경기의 1/2에 해당하는 23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만 신인상 자격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 신인상 요건인 23경기 이상 출전을 충족한 후보는 양홍석(kt·37경기), 안영준(SK·35경기), 하도현(오리온·26경기), 허훈(kt·25경기) 등 4명이다. 잔여경기에 모두 출전한다면 김낙현(전자랜드·21경기), 이진욱(오리온·20경기)도 23경기를 넘어서게 된다. 이외의 신인들은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다.

시즌 중반까지 신인상에 근접한 선수는 각각 1~2순위로 선발된 허훈과 양홍석, 4순위 안영준으로 압축되는 듯했다. 신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3명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다만, 시즌 중반 이후 드러나고 있는 6순위 김낙현의 성장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중반에 출전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 쉼표 찍은 1순위, 그리고 추격자들

시즌 초반 신인상 레이스에서 가장 스타트를 끊은 쪽은 1순위 허훈이었다. 지난해 11월 7일 서울 SK를 상대로 치른 데뷔전에서 23분 21초 동안 15득점 2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하며 눈도장을 받은 것. 허훈은 이를 기점으로 이후 20분 안팎의 출전시간을 꾸준히 보장받았다.

허훈의 가장 큰 강점은 공격력이다.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돌파력과 3점슛 능력을 두루 뽐냈고, 승부처에 강한 모습도 보여줬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17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신인 가운데 가장 먼저 20득점을 작성하기도 했다.

다만, 볼 호그 기질이나 수비는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부상 악재까지 맞았다. 허훈은 지난달 오른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10경기에 결장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돌아온다 해도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신인상 레이스는 허훈이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 치열해진 터였다. 허훈을 추격한 신인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안영준은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4순위로 미끄러졌지만, 안영준은 얼리 엔트리가 참가를 선언하기 전까지 2순위 후보로 꼽혔던 유망주였다.

최준용, 김민수, 최부경 등 포워드 자원이 많은 SK에 지명돼 출전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 벤치멤버로 주전들의 체력 조절에 힘을 보탰던 안영준은 점차 영역을 넓혀 주전과 벤치멤버를 오가는 핵심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평균 출전시간(22분 10초)도 허훈(25분 40초)에 이은 2위다.

안영준 역시 배짱 있는 공격이 강점이며, 속공 트레일러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지난해 12월 23일 창원 LG전에서 김종규(LG)를 앞에 두고 과감한 덩크슛을 시도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또한 SK가 자랑하는 드롭 존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외곽을 오가며 지역방어에 힘을 보탰으며, 최준용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공백을 메웠던 선수도 안영준이었다. 다만, 최근 슛에 기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홍석은 전혀 다른 두 선수를 보는 듯하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시즌 중반에 들어선 이후 폭발력을 뽐내며 신인상 레이스에 합류한 것. 양홍석은 20득점 이상을 3차례 기록한 유일한 신인이다. 또한 지난달 17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기록한 26득점은 올 시즌 신인 최다득점에 해당한다.

양홍석은 이후 김영환과 출전시간을 나눠 갖게 돼 기세가 다소 꺾였다. 다만, 출전시간만 보장되면 두 자리 득점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kt나 양홍석에겐 의미 있는 수확일 터. 조기에 프로무대에 뛰어든 양홍석의 나이는 22살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팀 내 비중이 높아진 김낙현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김낙현은 시즌 초반 D리그에서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등 1군에서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4쿼터에 12득점을 몰아넣는 등 시즌 후반 들어서는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데뷔 최다인 20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7-2018시즌 주요 신인 평균 기록 * 가나다 순

김낙현(전자랜드) 21경기 10분 20초 4.3득점 0.7리바운드 1어시스트 0.3스틸

안영준(SK) 35경기 22분 10초 6.4득점 3.8리바운드 0.7어시스트 0.8스틸

양홍석(kt) 37경기 17분 54초 6.9득점 3.4리바운드 1어시스트 0.4스틸

허훈(kt) 25경기 25분 40초 9.6득점 1.9리바운드 3.8어시스트 1.2스틸

▲ 해설위원이 꼽은 신인상 후보 * 가나다 순

김동광 MBC 스포츠 플러스 부상만 없었다면, 허훈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가 길었다는 게 아쉽다. 프로에 적응하는 모습은 허훈, 양홍석, 안영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허훈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어느 정도 기량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

김승현 MBC 스포츠 플러스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준 신인은 없다. 그나마 김낙현이 눈에 띄었다. 배포가 있고, 위기상황도 즐기는 게 인상적이었다. 개인기록, 팀 성적 이외의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 전자랜드에 해결사가 없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4쿼터에 3점슛을 퍼부은 게 김낙현이었다. 내가 투표권이 있는 기자라면 김낙현에게 표를 주겠다.

김태환 MBC 스포츠 플러스 3명이 비슷하긴 하지만 허훈보다는 양홍석, 양홍석보다는 안영준이 조금 더 낫다. 임팩트라는 측면에서 안영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명순위가 다소 밀렸지만, 두꺼운 선수층을 지닌 SK에서 자리를 차지했다는 자체가 실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는 의미다. 배짱도 있다. 허훈은 시즌 막판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진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상윤 IB 스포츠 안영준이 종합적인 기량, 기록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양홍석도 좋은 선수다. 열심히 뛰는 만큼 출전시간을 부여받진 못하는 것 같다.

정태균 IB 스포츠 안영준이 제일 괜찮았다. 궂은일을 많이 하며 점진적으로 팀 내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 공헌도가 높아 가장 두드러진 신인으로 꼽고 싶다. 양홍석은 시즌 중반 이후 경기력이 올라왔고, 허훈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게 아쉽다.

최연길 MBC 스포츠 플러스 안영준과 양홍석이 유력해 보인다. 기록은 득점만 양홍석이 조금 더 높을 뿐, 나머지 항목은 안영준이 낫다. 기록 외적인 부분까지 종합하면 안영준을 꼽고 싶다. 안영준은 뛰어난 선배가 많은 팀에서 출전시간을 확보했다. 양홍석은 kt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가운데 나온 기록이다. 또한 안영준은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양홍석은 받아먹는 득점이 많았다. 허훈이 후보라면, 김낙현도 후보에 올라가야 한다.

▲ 만약에…

허훈 또는 양홍석이 신인상을 수상한다면… kt 그리고 최하위 소속팀 최초의 신인상 수상자가 된다. kt가 현재 순위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말이다. 9위 팀 소속 수상자는 방성윤(SK·2005-2006시즌), 박성진(전자랜드·2009-2010시즌), 박찬희(한국인삼공사·2010-2011시즌) 등 3차례 있었다.

안영준이 신인상을 수상한다면… SK는 KBL 역대 최초로 4번째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전신 포함 신인상 수상자가 3명인 팀은 DB(주희정·신기성·김주성), SK(방성윤·김태술·최부경), LG(이현민·김종규·정성우), KGC인삼공사(김성철·박찬희·오세근) 등 4팀이다.

김낙현이 신인상을 수상한다면… 전자랜드는 2시즌 연속 신인상을 배출한 역대 3번째 사례가 된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강상재가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래(현 DB)가 1997-1998시즌(주희정)과 1998-1999시즌(신기성)에 신인상을 배출했으며, KGC인삼공사도 2010-2011시즌(박찬희)과 2011-2012시즌(오세근) 신인상 수상자가 나왔다.

▲ 집안싸움 역대 사례는?

한 팀에서 2명의 신인이 맹활약했던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1998-1999시즌 SK(당시 청주 SK)는 신생팀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서장훈, 1998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현주엽이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이들은 신인임에도 슈퍼스타급 기록을 남겼다. 서장훈은 평균 25.4득점 14리바운드 1.6블록을 기록했다. 특히 리바운드는 전체 1위에 해당했다. 국내선수가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한 것은 신인 서장훈이 유일한 사례다. 현주엽 역시 평균 24득점 3점슛 2.1개 6.4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대학시절 기량을 프로무대에서도 뽐냈다.

하지만 서장훈, 현주엽은 신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돼 각각 11경기씩 결장했다. SK 역시 이들의 공백, 토니 러틀랜드의 더딘 적응, 사령탑 교체 등 악재가 겹쳐 8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 사이 치고 나간 선수가 원주 나래(현 DB) 가드 신기성이었다. 신기성은 45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3득점 3점슛 2개 3.6리바운드 4.1어시스트 3.6리바운드 1.9스틸로 허재의 부담을 덜어줬다. 소속팀 나래도 27승 18패를 기록,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덕분에 신기성은 신인상 투표서 37표를 획득, 서장훈(30표)를 제치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SK는 1999-2000시즌에도 강력한 신인상 후보 2명이 함께 뛰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SK는 1999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선발한 가드 황성인이 고질적 문제인 포인트가드 부재를 해소시켜줬다. 45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0.2득점 3리바운드 4.8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하며 SK의 정규리그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시즌 중반 현주엽을 광주 골드뱅크(현 부산 kt)에 넘겨주며 영입한 1999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조상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조상현은 SK 이적 후 27경기서 평균 16.3득점 3점슛 1.7개 2.3리바운드 2.1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다. 골드뱅크 시절(18경기 18.4득점 3점슛 2.3개 2.1리바운드 2.6어시스트)에 비하면 소폭 하락한 기록이지만, 포지션 중복 및 슈터 부재를 단번에 해결해줬다는 데에 있어 기여도가 높았다.

하지만 신인상은 안양 SBS(현 KGC인삼공사)의 장신슈터 김성철에게 돌아갔다. 황성인이 시즌 막판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반면, 김성철은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인 SBS를 정규리그 5위에 올려놓아 가산점을 받았다.

신인상을 두고 진정한 ‘집안싸움’이 펼쳐진 것은 2010-2011시즌이었다. 나란히 2010 신인 드래프트 1~2순위로 KGC인삼공사(당시 KT&G)에 선발된 박찬희, 이정현이 새바람을 일으킨 것(이정현은 kt에 지명된 후 지명권 양도에 따라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먼저 눈도장을 받은 쪽은 이정현이었다. 이정현은 박찬희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사이 과감한 3점슛, 돌파력을 뽐내며 단숨에 1옵션 자리를 채웠다. 이정현은 한국인삼공사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평균 12득점을 기록했고, 3점슛 1.5개와 2.7리바운드 2.8어시스트 1.3스틸을 곁들였다.

대표팀에서 돌아온 박찬희도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치렀다. 뛰어난 압박수비와 스틸능력을 보여주며 KGC인삼공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것. 박찬희는 평균 12득점 4.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고, 스틸은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신인이 스틸 1위에 오른 것은 2001-2002시즌 김승현(당시 동양) 이후 박찬희가 처음이었다.

신인상 투표에서 웃은 쪽은 박찬희였다. 박찬희는 유효 투표수 86표 가운데 45표를 획득, 이정현(33표)을 제치며 신인상 타이틀을 품었다.

▲ 김승현, 아쉽게 실패한 만장일치

2001-2002시즌 대구 동양(현 오리온)에서 데뷔한 김승현은 KBL 출범 후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신인으로 꼽힌다. 마르커스 힉스와 함께 이전 시즌 최하위였던 동양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것.

김승현은 이상민과 강동희로 대변되던 포인트가드 판도를 뒤바꿨다. 탁월한 속공전개와 경기운영능력, 스틸능력을 두루 보여주며 단번에 최정상급 가드 반열에 올랐다. 김승현은 덕분에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를 동시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는 프로농구 출범 후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김승현의 신인 시절 기록은 평균 12.2득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 3.2스틸이었다.

다만, 만장일치에는 실패했다. KBL 집계에 따르면, 당시 김승현은 유효 투표수 77표 가운데 76표를 획득했다. 1표 차이로 만장일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 당시 김승현이 기록한 득표율 98.7%는 가장 높은 수치로 남아있다.

득표율 2위는 2002-2003시즌 원주 TG(현 DB)를 정규리그 3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김주성이다. 김주성은 79표 가운데 76표를 획득, 여유 있게 신인상을 차지했다. 득표율은 96.2%였다. 이어 2012-2013시즌 데뷔한 최부경(SK)이 95.8%를 기록,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역대 신인상 수상자 득표율 순위 * 괄호 안은 득표/유효 투표수

1위 : 김승현(동양·2001-2002시즌) 득표율 98.7%(76/77)

2위 : 김주성(TG·2002-2003시즌) 득표율 96.2%(76/79)

3위 : 최부경(SK·2012-2013시즌) 득표율 95.8%(92/96)

4위 : 강상재(전자랜드·2016-2017시즌) 득표율 95%(96/101)

5위 : 방성윤(SK·2005-2006시즌) 득표율 94.5%(69/73)

[양홍석-안영준-허훈-김낙현(상), 이정현-박찬희(중), 김승현(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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