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이윤택 "피해자에 사죄, 성폭행은 아냐"…진실공방 불가피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 상호간에 존중이 있었다. 진실에 따라 모든 것이 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이윤택)

이윤택(66)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제기된 성추문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성폭행 의혹은 부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진실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윤택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미투)' 해시태그를 달고 과거 이윤택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다. 17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이윤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국내 연극계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윤택의 성추문은 큰 파장을 낳았다. 이윤택이 속한 연희단거리패 측도 이날 "단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이것(이윤택 논란)은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며 극단 해체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윤택은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을 향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매 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큰 죄를 짓게 됐다. 연극계 선후배들에게도 사죄드린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윤택은 안마와 발성연습을 빙자한 성추행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추가로 제기된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성폭행 의혹은) 인정할 수 없다. 진위여부는 만일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서로 생각이 다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 강제가 아니었다. 제가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참석해 "당사자들에게 사죄를 하라"로 외쳤다. 이들의 손에는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피켓이 들려있었다. 이윤택과 피해자 사이에 다른 입장이 나온 만큼 향후 추가적인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이윤택의 일부 발언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지적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18년 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이것이 나쁜 것임을 모르고 저질렀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고도 더러운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며 타인의 일을 말하는 듯 한 화법을 사용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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