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에서 도전자로'…박승희는 후회 없이 달렸다

[마이데일리 = 평창특별취재팀] 세계챔피언에서 다시 도전자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익숙한 것을 내려 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박승희는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 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도전자로 빙판 위를 달렸다. 후회 없이 달리겠다던 박승희의 질주는, 기록과는 상관 없이 위대하고 유쾌한 도전이었다.

박승희는 14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9조에서 레이스를 펼쳐 1분 16초 11를 기록했다.

박승희는 쇼트트랙의 여왕이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는 1,000m와 1,500m서 두 개의 동메달을 땄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선 1,000m와 3,000 계주 금메달 그리고 5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했던 박승희는 몇 달 뒤 돌연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선언했다. 쇼트트랙에서 모든 걸 이룬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무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 2개 이상의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빙상 선수는 박승희가 유일하다. 지난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6위에 오른 박승희는 평창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내며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물론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박승희는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다. 항상 우승을 다투던 쇼트트랙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박승희다. 실제로 여자 1,000m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를 비롯해 일본 선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박승희는 순위보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달을 생각 안해봤다는 거짓말이지만 쇼트트랙과 달리 기록의 경기라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변화가 크다. 최선을 다해 기록을 당기는 게 목표다. 그러면 순위는 따라올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박승희는 후회 없이 빙판 위를 달렸다. 전향 후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을 이겨낸 그녀는 홈 관중의 열혈한 환호를 등에 업고 아름다운 질주를 마쳤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