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의 안테나] 청하의 진짜 홀로서기는 이제야 시작됐다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가수 청하의 두 번째 미니앨범 'offset'은 꽤나 의미가 깊다.

고정적인 리스너 집단이 형성되지 않은 신인 여성 댄스 가수가 미니 앨범을 연속적으로 발매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청하는 '스타일'과 '트렌드'에 민감한 가수다.

대표적으로, 그는 문화 주도집단 중 하나인 20대 여성의 주체적인 성향을 열렬히 발산한다. 트렌디한 장르 차용부터 당돌하고 세련된 콘셉트로 대중을 유혹하려 한다. 그만큼 빠르게 음원을 발표해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미니앨범인 'offset' 발매는 도전이다. 한시적인 이슈를 몰고 오겠다는 것이 아니다.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을 위해 애쓰겠다는 의지다.

유행을 선도하는 '디바'라는 브랜드와 실력 있는 아티스트라는 정체성을, 청하의 색(色)으로 견고히 쌓아올린 것이다.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 후광을 걷어내고자 하는, 당당한 홀로서기 선언이다.

무대 아래의 자연스러움(off)과 무대 위 화려한 모습(set)이라는 두 번째 앨범의 주제는 1번 트랙 'offset'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동일한 멜로디라인을 연속적으로 가져가지 않고 계속해서 호흡을 끊어가며 틈새를 만든다. 1분 남짓한 곡에서 끊임없이 변주를 꾀하는 건, 아티스트 청하와 20대 청하의 이중적인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격이다.

타이틀곡인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는 90년대 레트로와 현대를 유려하게 오가며 리듬의 자유도를 높였다.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댄스팝 형식이지만 잘 다듬어진 청하의 목소리가 이를 중화한다.

'롤러코스터'와 동일하게 무대 위 화려함을 강조한 3번 트랙 'Do it'의 도입부는 2000년대 팝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무대 아래의 귀여운 면모를 강조한 4번 트랙 '배드 보이(Bad boy)'는 시종일관 분위기 변형이 이루어지는데, 리드미컬한 보컬을 지닌 청하의 진화 가능성이 눈에 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가수가 아닌 이상, 솔로 댄스 가수가 현 가요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예삿일은 아니다. 오롯한 자신의 색이 필요한 지점이다. '프로듀스 101' 공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 청하는 안주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하지만 치밀하게, 자신의 영역을 세운다.

[사진 = MNH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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