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꺼낸 LG 류중일 감독, 흔들림 없는 자신감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위해 LG 선수단이 집결했다. 류중일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화두로 떠오른 것은 주축선수 3명의 캠프 명단 제외.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못한 오지환은 병무청에서 국외여행을 허가하지 않아 출국이 무산됐고 임정우는 사생활 문제로 인해 자숙하는 차원에서 국내에 잔류하기로 했다. 정찬헌은 허리 수술 후 장시간 비행이 몸에 무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팀 내야의 중심을 지키는 주전 유격수와 마무리투수 유력 후보인 2명의 투수가 캠프 명단에서 빠진 것은, 더구나 LG라는 팀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덤덤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세 선수 모두 몸을 잘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신뢰를 보였다.

사실 아직 LG의 전력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메이저리그 2년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FA 김현수를 4년 총액 115억원을 투자해 영입하고 아도니스 가르시아와 타일러 윌슨 등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보강도 마쳤지만 불확실한 포지션도 있는데다 풀타임 검증을 거쳐야 하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작년에 우승한 KIA처럼 우리도 잘 준비해서 우승후보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몸을 낮추는 것보다 원대한 목표를 꺼내는 자신감을 보인 것. 주축선수들의 캠프 제외로 무거워질 수도 있었던 출국 인터뷰 분위기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악재가 겹치고 물음표가 가득한 전력에도 류 감독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류 감독의 자신감이 공수표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LG에 오자마자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기존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전력이 있기 때문. 류 감독은 처음 LG에 왔을 때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많다. 타격을 잘 하면 수비를 못 하고, 수비를 잘 하면 타격을 못 한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냉정하게 팀의 전력을 살핀 류 감독은 지난 해 일본 고치 마무리훈련을 다녀오면서 '희망'을 발견했다. 류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LG에 재능 있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3년 뒤엔 수퍼스타로 클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흡족함을 보였다. 잘만 다듬으면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듯 하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해내야 할 목표도 잡았다. 실전에서 펼쳐야 할 팀 플레이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발이 빠르지 않더라도 상대 움직임을 파악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 잔실수를 줄여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수비, 그리고 강점인 마운드의 힘을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스스로 "타격은 믿을 것이 안 된다"고 강조할 만큼 분명한 노선을 정했다.

어떤 상황에도 그의 주관은 흔들림이 없다. 삼성을 4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끈 '우승청부사'다운 면모랄까. 류 감독은 오지환이 스프링캠프에서 빠졌지만 "오지환을 대체할 제 2의 유격수를 키워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키우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류 감독이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선수들을 알맞는 포지션에 배치, 경쟁을 유도하면서 팀의 전력을 살찌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생 삼성맨'이었던 류 감독에게도 LG를 이끄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현재까지 그의 야구관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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