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염력’ 포스터, 왜 아버지의 뒷모습인가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대부분의 영화 포스터는 주인공의 앞모습을 보여준다. 주연배우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철비’는 정우성, 곽도원을 위아래로, ‘그것만이 내세상’은 이병헌, 박정민을 투샷으로 잡았다, ‘1987’은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을, ‘신과함께’ 역시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염력’은 파격이다. 주인공 류승룡, 심은경의 앞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은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의 앞보습을 담았다). 딸 루미 역의 심은경은 아예 부재한다. 아버지 석헌 역의 류승룡이 서울 도심을 나는 모습을 뒤에서 포착했다. 왜 아버지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일까.

극중에서 석헌은 자신의 잘못으로 10년간 집을 떠났다.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인물이다. 딸 앞에 자신있게 나설 수 없는 아버지. 그는 보란 듯이 떳떳하게 딸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건물 경비원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다, 딸의 전화를 받고 쭈뼛쭈뼛 얼굴을 내민다.

극중 석헌은 두 가지 은유로 읽힌다. 먼저, 그는 이 시대 부끄러운 아버지의 초상이다. 딸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였다. 그러나 아무리 보잘것없고 힘없는 아버지라도, 딸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닐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석헌은 소외된 이웃을 지켜주지 못했던 공동체 구성원들의 죄책감이 투영된 인물이다(‘염력’은 9년전 서울에서 일어난 참사를 상기시킨다). 아무도 그날의 아픔을 막지 못했다. 수수방관 지켜만 봤다.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 철거사업에 희생이 잇따랐다. 연상호 감독은 만화적 상상력을 빌려와서라도 비극을 막고자 했다. 잊지 말자고, 잊어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싶었을게다(여전히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한가지 더. 아버지와 딸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염력’은 ‘부산행’과 자매관계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정반대 지점에서 ‘염력’을 일으켰다. ‘부산행’의 아버지(공유)는 좀비의 습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염력’의 아버지(류승룡)는 국가·자본의 공격을 향해 온몸을 던져 맞섰다. 두 주먹을 꽉 쥔 채 하늘을 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염력’은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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