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모래시계' 이호원 "첫 뮤지컬 조심스러워, 이정재 보고 배웠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그룹 인피니트 출신 이호원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인피니트 탈퇴 후 호야라는 이름이 아닌 본명 이호원으로 활동하게 된 그는 뮤지컬 '모래시계'를 통해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그린다.

극중 이호원은 뛰어난 검도 실력을 갖춘 경호원 백재희 역을 맡았다. 동명의 드라마에서 배우 이정재가 열연한 바 있는 이 역할은 돈과 명예를 쫓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묵묵히 지키는 삶을 택하는 우직함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호원은 "아무래도 뮤지컬이 처음이다 보니까 긴장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혹시나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실수할까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모래시계'와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 출연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뮤지컬과 드라마를 같이 하다 보니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안 하던 행동들도 많이 한다"며 "목을 보호하기 위해 젖은 수건을 널어 놓기도 하고 여러가지 신경을 쓰게 된다. 여러가지 배우는 것도 많다"고 밝혔다.

"사실 뮤지컬을 먼저 하기로 돼있어서 드라마를 하는게 좀 무리일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었어요. 워낙 무슨 일 할 때 한가지에 집중하는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근데 병행을 결정한 이유는 사실 '자체발광 오피스', '초인가족'을 끝으로 연기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연예인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두번 다시 못 할 줄 알았던 일이 주어지니 내 몸이 고생하더라도 감사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확실히 뮤지컬, 드라마 병행은 쉽지 않았다. "좀 무리하게 한 것 같은데 진짜 무리더라"며 웃던 그는 "너무 힘들어서 입에 구내염이 다섯개까지 났다. 나름 건강하고 면역력도 좋은 편인데 무리가 오긴 하더라"고 털어놨다.

"뮤지컬 연습할 때보다는 좋아졌어요. 그땐 매일 전쟁하는 기분이었죠. 뮤지컬을 처음 하니까 혼자 괜히 사람들 눈치 보고 여기서 조금 못하면 나를 안 좋게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일 긴장했거든요. 늘 긴장한 상태였어요. 연습실, 촬영장에서 모두 마찬가지였죠. 연기, 노래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뮤지컬 연습실, 촬영장,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그랬고, 회사도 새로 온 회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율하면서도 잘 보이고 싶었죠."

이호원은 솔직했다. 새로운 시작을 함에 있어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려웠는지 굳이 숨기지 않았다. 뮤지컬 첫 도전에 대해서도 "뮤지컬을 굉장히 많이 보고 매니아 이런건 아니었다"는 솔직한 답을 했다.

"아무래도 뮤지컬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내 스타일과는 안 맞아서 어렵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더 뮤지컬을 도전하지 않았다"며 "너무 재밌게 보지만 내가 무대 위에서 뮤지컬을 하는 것에 있어선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근데 '모래시계'는 달랐어요. 창작 뮤지컬이고 우리 나라 이야기고 역사적인 의미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부담 없이 잘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인 기준이 있었던것 같아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었죠. 노래도 한곡을 미리 들어봤는데 굉장히 팝적인 느낌이 있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 같아서 '이 정도면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극중 이호원은 노래하며 액션 안무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힘들긴 힘든데 가만히 서서 하는 것보다는 숨이 차서 하니까 호흡이 잘 움직여서 소리가 더 편하게 나온다"며 "춤도 좋아하지만 어릴 때 몸이 안 좋아 여러가지 운동을 배운 덕분에 액션에도 도움이 된다. 액션 합을 맞추는 게 재밌더라"고 밝혔다.

"연기적으로는 책, 대본집, 드라마를 다 찾아봤다. 드라마는 일부러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 원작이 있다는건 이미지가 딱 정해져 있다는 거니까 드라마는 연습이 다 끝나고나서 봤다"며 "궁금해도 안 봤다. 연기하면서 잔상이 떠올라 흉내낼 수도 있으니까 이미 내 것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봤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보니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부분도 많더라고요. 배울 부분들은 확실히 배우고 제가 뮤지컬적으로 해석한 부분은 그대로 했어요. 이정재 선배님의 재희는 웃기도 하고 여유가 있더라고요. 사실 뮤지컬에선 웃을 신이 없는데 저도 어느 정도 여유를 더 보여주기로 했어요. 저도 그렇게 중요한 감정신이 아닌 이상 조금 힘을 빼고 다닌다던가 그런 것들이 좀 생겨났죠."

뮤지컬 도전을 하고난 뒤에야 연기적인 부분도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다. "특히 조광화 연출님께 많이 배웠다. 연기의 본질적인 것, 기본적인 것, 인물의 감정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배운걸 '투깝스' 촬영 현장 가서 써먹기도 하고 굉장히 유익했다"고 고백했다.

"전 연기를 제대로 안 배워보고 시작 했었어요. 늘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 내려서 한 게 많았죠. 잘 모르니까 계산을 해서 하기도 했고, 어느 순간 너무 계산을 하면 가짜인가 생각이 들어서 계산 안 한적도 있고 왔다 갔다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약속을 정해놓고도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투깝스' 촬영 때 조정석 형도 굉장히 날카롭게 분석하면서도 감정을 일으키더라고요. 예전엔 긴가민가 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 많이 배우면서 확신을 갖고 연기하게 됐어요."

이호원은 인간 이호원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뮤지컬을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시작할 때는 뮤지컬에 대한 큰 애착도 없었고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한 그는 "솔직히 경험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모든 면에서 깊이가 있더라. 연기, 노래, 액션 모두 단순한 것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부분에서 반성한 부분이 많아요. '나도 모르게 편견이 있었고 가볍게 생각했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계속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보람도 있었고요. 계속 뮤지컬을 하고싶어요. 서로서로 배우들끼리 맞춰야 되는게 많으니까 그런 부분에 훨씬 보람이 커요.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대사가 세마디 뿐이라 뭔가 더 풀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예전엔 많이 갇혀 있었는데 이제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시간 170분.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호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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