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다운사이징’, 아무 것도 되는 일 없는 남자의 깨달음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알렉산더 페인 감독 영화의 주인공은 ‘위기의 남자’다. ‘어바웃 슈미트’에서 딸과 소통에 실패하는 은퇴한 보험회사 중역 슈미트(잭 니콜슨), ‘사이드웨이’에서 이혼 후유증에 시달리는 와인애호가 마일즈(폴 지아매티), ‘디센던트’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귄 사실을 나중에 알게된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은 모두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남자들이다.

‘다운사이징’의 폴(맷 데이먼)은 어떠한가. 럭셔리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 12.7cm로 작아지는 인간 축소 프로젝트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지만, 아내는 도망가고 윗집엔 시끄러운 파티광 듀산(크리스토퍼 왈츠)이 산다. 게다가 듀산 집을 청소하는 베트남 반체제인사 녹 란 트란(홍 차우)의 다리를 치료하다 엉겹결에 그의 지시에 따르는 신세로 전락한다.

듀산의 말대로, 폴은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는 남자다. 먼저, 그가 선택한 다운사이징의 세계 자체가 그렇다. 인구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부자로 살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술을 받았지만, 실상은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누릴 수 없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에 불과했다. 작아진 이후엔 아내와 이혼했고, 팔자에도 없는 청소부 일까지 도맡았다. 녹 란 트란을 떼어놓기 위해 듀산과 함께 노르웨이로 떠나는 계획을 세우지만, 그마저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영화 주인공들은 엉망진창의 삶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행복을 찾아나선다. 슈미트는 탄자니아 소년의 편지를 받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다. 마일즈는 바람둥이 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 때문에 뒤죽박죽이 된 와이너리 투어 도중에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다. 맷은 아내의 바람에 충격을 받았다가 그로인해 평소 소원했던 두 딸과 함께 지낸다. 폴 역시 거대담론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고 결정적 순간에 사랑과 친구의 중요성을 알게된다.

중년의 남자들은 예측불가로 흘러가는 인생 속에서 좌충우돌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동안 내가 잃고 살았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제대로 살아 왔는가. 앞으로 가야할 길에 행복이 있을까.

이 질문들은 중년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늘 가슴 속에 품고 답을 찾아야할 삶의 철학이다.

[사진 제공 = 각 영화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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