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메릴 스트립·오프라 윈프리, 권력에 맞서 싸우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 유명한 5분 30초 짜리 연설에서 그는 트럼프 이름을 한번도 부르지 않으면서도 권력의 횡포를 부리는 대통령을 우아하게 저격했다. 외부인을 내쫓고, 장애인 기자를 흉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행동이 권력의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언급했듯, 그의 용기가 대단했던 것은 ‘물러나는’ 권력이 아니라 ‘들어서는’ 권력을 향해 날을 세웠다는 점이다. 메릴 스트립은 품위 있는 말솜씨로 당대 최고 권력과 맞섰다.

메릴 스트립의 영향이었을까. 올해는 오프라 윈프리가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폭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지난 7일(현지시간) LA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겨냥했던 것은 할리우드를 주무르는 유력 제작자, 감독 등 ‘남성 권력’이었다. 하비 웨인스타인 스캔들에서 알 수 있듯, 수많은 할리우드 ‘남성 권력’은 여배우, 작가, 미성년 인턴 등에게 성폭행을 자행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남성들의 힘에 대항해 진실을 말하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고 힘주어 말할 때 박수가 터졌다.

이어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상을 받은 첫 번째 흑인여성이라는 사실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들이 있다. 나는 모든 소녀들이 알았으면 한다. 새 날은 다가오고 있다. 마침내 그 새로운 날이 밝아 올 때, 그것은 훌륭한 여성들 때문일 것이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밤 이곳에 있다"라고 외칠 때 환호가 나왔다.

골든글로브 명연설 덕분에 오프라 윈프리는 2020년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SNS는 오프라 윈프리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메시지로 홍수를 이뤘다. 그러나 그의 대선 출마 여부가 핵심이 아니다. 지난해 메릴 스트립과 올해 오프라 윈프리는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를 꿈꿨다. 그 꿈은 두 여성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실천해야할 이 시대의 화두다.

[사진 = AFP/BB NEWS]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