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풍이 본 DB, 한마디로 'creative'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creative.'

KCC 전태풍은 기자들이 선호하는 인터뷰이다. 공식 기자회견이든, 비공식적인 만남이든 틀에 박힌 발언을 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톡톡 튄다. 시간이 지나도 여운이 남는 경우가 많다.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KCC는 9일 DB에 82-76으로 이겼다. 상대전적 2승1패 리드. 그러나 올 시즌 KCC에 DB는 쉬운 상대가 아니다. 10월 15일 개막전서 DB 돌풍의 희생양이 됐다.(76-81 패) KCC의 개막전 패배는 '상범 매직'의 시초였다.

전태풍은 DB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 마디로 "크리에이티브(creative)"라고 정의했다. 나머지 9개 구단의 농구와 다르다고 봤다. 그는 "DB는 정말 크리에이티브해요. 프리하게 해요. 개인의 개성을 살려요. 누구나 찬스만 나면 자신 있게 3점슛을 던지는 게 정말 좋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DB는 프리랜스 오펜스가 많다. 물론 나름의 틀은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창의성,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팀 오펜스의 틀을 만들었다. 디온테 버튼에게 4~5번과 함께 1~2번 역할을 병행시키고, 누구든 포지션에 관계 없이 찬스만 나면 외곽슛을 던진다. 그대신 전원 박스아웃,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엔드라인,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볼에 몸을 던진다.

또 하나. 버튼과 로드 벤슨이 있지만, 국내 선수들이 앞선에서 이들에게 볼을 투입, 포스트업을 시킨 뒤 다음 찬스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실 포스트업에 대한 효과적인 수비법이 많다. 현대농구는 픽&롤, 픽&팝, 픽&슬립 등 2대2와 2대2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대세다.

DB는 굳이 볼을 중앙에 넣지 않고도 외곽에서 패스를 돌리고, 스크린을 통해 외곽에 공간이 생기면 포지션에 관계없이 누구나 3점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속공에서 공격리바운드에 가담한 선수가 없어도 찬스가 생기고 슛 스텝을 잡은 상황서 볼만 받으면 그대로 올라간다. 슛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과정이 좋으면 이상범 감독과 벤치멤버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이 과정에서 두경민, 이지운, 김영훈, 서민수 등의 공격본능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끌어올린다.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농구에 대한 능률까지 끌어올린다. 전태풍이 주목한 부분이다. 그는 "다른 팀들도 DB처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농구는 5명이 하는 스포츠다. 조직력은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국제무대서 신장과 기술이 달린다. 조직력을 앞세운 농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짜인 틀에 의한 농구를 강조하는 문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수직적인 한국농구 특유의 문화가 오히려 개개인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한국농구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상범 감독과 DB가 추구하는 농구, 전태풍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물론 결과가 나쁠 수도 있고,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눈 앞의 팀 성적을 감안할 때 막상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DB 농구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도 없다.

한 농구관계자는 "어차피 시즌 전부터 DB는 잃을 게 없는 팀이었다. 그러니까 부담 없이 개개인을 살리는 농구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우승후보인 팀들은 확실한 무기가 있다. 그 무기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틀을 짜는 건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DB의 실험정신, 특히 개개인의 창의성을 살리는 농구는 호불호를 떠나 정글과도 같은 프로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도자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농구관계자는 "DB가 올 시즌 성적을 떠나 한국농구의 패러다임을 넓히는 측면에선 분명히 인정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태풍(위), DB 선수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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