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MD인터뷰③] 박경림 "결혼 10주년 돼서야 마주한 '나'…참 별거 없구나"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방송인 박경림이 올해 결혼 10년차로서 깨달은 바를 전했다.

박경림은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 창간 13주년 기념 인터뷰에 응했다.

이날 박경림은 "마이크를 잡고 싶다는 그 꿈 하나로 달려왔다. 정말 많은 분에게 신세를 지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어떻게 20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초반에는 뭣도 모르고 최선을 다한 7~8년이 있었고, 미국 유학 생활 2년은 나를 채우는 시간이었고, 귀국한 뒤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제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몇 년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박경림에게 결혼은 '나'를 찾는 시간이 됐다고. 그는 "사실 10대, 20대 시절엔 자기 자신을 마주할 기회가 별로 없다. 출산과 육아의 고통을 겪으면서 문득 '내가 무엇을,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의문이 들더라. 결혼을 하면서 나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없어지고 보니 '나는 뭐지?' 하는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를 찾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뭘 싫어하는 사람이었는지. 난 지금 박경림이라는 인간을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해로 결혼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느낀 건 결국 나라는 사람이 진짜 별거 없다는 것이다. 하하. 나도 별거 없는데 왜 이렇게 잘난 척을 했나 느끼고 있다. 이런 내가 감히 누구를 무시하나 새삼 깨달았다"라며 "30대가 지나가면서 나를 왜, 어떻게 지킬 것인지 자기와의 싸움이 지속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40대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더 기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박경림은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아이가 행복해야 내가 즐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 그 반대다. 내가 즐거워야지 자녀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 하루 아무리 우울했더라도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 돌아가면 민준이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라며 "아들이 덩치가 좀 있는데 친구들이 형 같다고 놀기 싫다고 놀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들에게 그랬다. 형 같은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느냐고. 동생 같은 거보다 훨씬 좋은 거야, 나중에 커도 '오빠 상' '형님 상'이 좋은 것이라고 다독였다. 물론, 민준이는 '형님 상'이 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경림은 슬하에 9살 난 아들 민준 군을 두고 있다. 어느새 엄마의 직업을 인지하는 초등학생이 된 민준 군. 그의 반응에 대해 전했다.

"예전엔 아들에게 사람들이 제게 인사를 하면 엄마 친구라고 설명해줬었어요. 친구가 왜 이렇게 많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제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찾아볼 수 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방송인이라는 걸 알더라고요. 그래서 아들에게 '엄마는 엄마이기도 하고, 아내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지만 직업은 마이크를 잡는 거야'라고 얘기했어요. 난 초등학교 때부터 꿈꿨던 일을 하고 있고, 너도 때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라고도요. 그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들이 집에서 무선 마이크를 잡고 '엄마 거실로 나와 보세요' 진행을 해요. 하하."

"만약 아들이 연예인을 꿈꾼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도 답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경림은 "난 너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단 자신의 생각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를 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잡고 차근차근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을 수 있는 그런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 마음과 달리 악플을 받을 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이겨낼 수 있다면 상관없다. 우리 직업은 사랑받고 그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얼마나 좋은 직업이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을 향한 마음도 전했다. 드라마 '고백부부' 속 마진주(장나라), 최반도(손호준) 커플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남편과의 사랑을 택할 것이라는 박경림.

그는 "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와 계속 비교를 하게 되더라. 나 역시 상대에게 내가 최고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경림은 "남편은 존재만으로 든든함을 느낀다. 이따금 힘든 일을 겪을 때면 '집에 가서 남편한테 일러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텨낸다. 물론, 남편이 냉정하고 객관적일지라도 힘이 된다. 내 편을 잘 안 들어준다(웃음).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라며 "예전엔 이런 존재가 엄마였다면 결혼 후 남편으로 바뀌게 되었다"라고 얘기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