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주년 특집] 양싸 때문에 안 본다고? '믹스나인' 양현석의 내로남불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믹스나인’하며 제(양현석)가 욕을 많이 먹고 있죠? 여러분들이 좋은 이야기 좀 달아주세요.”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와 JTBC ‘믹스나인’ 모두 수렁에 빠졌다. 양현석 대표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믹스나인’은 1%도 모자라 0%대 시청률로 추락했다. YG엔터테인먼트와 ‘프로듀스 101’의 성공 신화를 쓴 한동철 PD의 의기투합, 양현석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 등으로 방송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결과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 하지만 ‘믹스나인’을 본 이들이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 양현석 때문에 안 본다고? 비호감 적립+비겁한 변명

‘믹스나인’에게 혹평을 보내는 사람들 중 양현석 대표를 이유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비호감 발언, 행동 등이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 “양현석 때문에 안 본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실제 양현석 대표는 ‘믹스나인’이 방송되는 중간 중간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5회 방송에서 스스로 “‘믹스나인’ 하며 제가 욕을 많이 먹고 있죠?”라고 말했듯 그를 향한 비난은 특정인들의 깎아내리기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가장 질타 받는 부분은 그의 막말이다. 냉정한 조언, 센 표현 등으로 순화하려 해도 도를 넘은 발언들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이돌 하기에는 은퇴할 나이인 것 같은데?”,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되게 많군요”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적지 않았다.

이는 같은 상황과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될 때 더욱 도드라졌다. 가령 타방송사에서 방송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더유닛’의 비의 경우 출연자들의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춤이나 노래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반면 양현석 대표는 “데뷔 n년차인데 그렇게 밖에 못해요?”라고 평했다. 비의 발언에는 그가 출연진들에 대해 “존중 받아 마땅한 친구들”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상대방을 향한 존중이 깔려 있지만 양현석 대표의 발언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감성팔이’, ‘사연팔이’로 치부하는 모습도 경악케 했다. 2회 방송에서 양현석 대표는 김소리에게 “제가 오디션 프로를 많이 하다 보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고 얼마나 많은 감성팔이와 사연팔이를 봤겠어요. 지금 연습생들이 다 간절하지 누구는 안 간절한가?”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소리가 기획사 투어에서 합격하기는 했지만, 양현석 대표의 말은 연습생들의 간절함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들의 마음이나 사연들을 감성팔이, 사연팔이로 치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소소한 행동들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열심히 준비했을 연습생 앞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행동은 ‘믹스나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들. 연습생들의 등급을 나눌 때 툭툭 던져지듯 날아가는 포토카드의 경우 보는 사람을 더 민망하게 했다.

그의 해명도 이어졌다. 김소리를 향한 발언이 비판받은 것이 의식됐는지 양현석 대표는 뒤늦게 자신의 SNS에 ‘믹스나인 #김소리 #코코소리 #리얼걸프로젝트 #잘했다말해주고싶어 #지난주녹음실깜짝방문 #관심이있어야독설도가능 #심사는냉정하게 #꼭잘되길바래 #JTBC #YG’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김소리의 연습실을 찾은 영상을 공개했다.

5회 방송에서는 왜 자신이 독설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부연 설명했는데, “‘믹스나인’을 처음 시작할 때, 워낙 SBS ‘K팝스타’에서 6년 동안 좋은 말만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보니 욕도 많이 먹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말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존중이 결여된 발언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의 말이 오히려 반감을 안겼다.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 YG엔터테인먼트가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에게 평가를 받을 때 양현석 대표의 모습은 ‘내로남불’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았다.

기획사 투어 당시 연습생들에게 독설을 건네 연습생 뿐 아니라 이들을 지켜보는 소속사 관계자들도 마음 아프게 했던 양현석 대표. 그는 박진영 대표의 냉철한 평가를 받는 정 반대의 입장이 되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소속 연습생이 지적을 받자 욕설을 내뱉어 방송에서 삐 처리가 되는가 하면 “짜증이 많이 난다”, “말부터 가르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짜증이 난다” 등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후 박진영 대표와 만난 양현석 대표는 “나 열이 받아가지고, 너무 화가 나가지고”라며 씩씩댔다. 이 모습을 본 박진영 대표가 “처음으로 상황이 바뀌니까 기분이 어때?”라고 묻자 답답함을 토로하며 “오늘 방송 접어야겠다. 너무 짜증나가지고”라며 욱한 모습을 보였다.

양현석의 ‘내로남불’식 마인드는 에이스를 평가할 때도 목격할 수 있었다. 양현석 대표는 무대의상으로 핫팬츠를 입었던 에이스에게 “핫팬츠는 좀 약간 제가 보기에도 어? 굳이? 왜?”라고 말했다. 이에 에이스 멤버 이동훈이 “근데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위너 선배님들도 이번 ‘럽미럽미(LOVE ME LOVE ME)’ 콘셉트에서 입으셨던데요?”라고 받아치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런 모습들은 양현석 대표가 ‘내로남불’이 아닌, 자신은 ‘냉정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는 평가를 하기 전 자신을 되돌아보고 심사숙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불러 일으켰다.

▲ 양싸 취향탐구 프로그램, 시청률 0%의 굴욕

이런 이유, 이유들이 모여 ‘믹스나인’의 시청률은 자체 최저를 경신했다. 가장 최근 방송된 5회 시청률은 0.958%(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1.919%라는 1회 시청률과 비교해 약 1%P 가량 하락한 수치다.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폐지되고도 남을 0%대라는 시청률을 받아들이게 된 데는 ‘믹스나인’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애초 ‘믹스나인’이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은 ‘YG만의 색’이었다. ‘믹스나인’에 담긴 ‘YG만의 색’은 양현석 대표로부터 비롯됐다. 연습생들을 뽑는 기준은 양현석 대표의 취향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예를 들어 온앤오프의 춤을 본 연습생들은 “나 소름끼쳤어”, “오디션 하는 느낌이 아니라 공연 보는 느낌”이라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양현석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연습했던 친구들이고 데뷔까지 했던 친구들이기 때문에 감동 받을 만큼의 재능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짠 평가를 내렸다. 몇몇 여자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고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주관적 반응들을 보이기도. 기획사 방문 전 밖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는 “여기서 얼굴을 제가 다 보고 들어가겠다. 전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귀여운 애들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다분히 양현석 대표의 취향이 드러나는 평가와 발언들은 네티즌이 “양싸 취향 탐구 프로그램”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게 만들었다.

‘YG만의 색’이 빠진 후 ‘프로듀스 101’과 별다른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를 지나온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믹스나인’ 속 ‘YG만의 색’인 양현석의 활약이 저조해진 4회 이후의 모습은 ‘프로듀스 101’ 시즌3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전 방송도 다분히 ‘프로듀스 101’ 스러웠지만 양현석 대표의 분량이 적어지고 연습생들이 합숙을 시작하면서부터 더더욱 큰 차이가 없어진 것. 아무리 한동철 PD가 ‘프로듀스 101’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라지만,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임에도 방송사만 바뀐 인상을 안겼다.

또한 주객이 전도됐다는 점도 ‘믹스나인’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믹스나인’은 엄연히 연습생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 그럼에도 더 화제를 모으고 이슈가 된 인물들은 양현석 대표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다. 심사위원들로 이슈몰이를 한 탓에 상대적으로 연습생 개개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지 못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와 반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점들은 과연 ‘믹스나인’이 종영된 후 치열한 경쟁을 거쳐 데뷔하게 된 연습생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우려케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가수들에게 ‘우리가 키워 데뷔시킨 연습생’이라는 애정을 갖게 되기 마련. 그리고 이 연대감을 바탕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다. 하지만 ‘믹스나인’은 프로그램 초반 양현석 대표의 비중이 너무 컸기에 그의 취향대로 선별된 연습생 중 데뷔조를 선정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우리’라는 연대감도 안기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시청자도 줄고 있는 추세. 과연 ‘믹스나인’이 이런 난관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혹은 타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JTBC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JTBC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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