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이번 생은' 이청아 "이민기와 재회 만세씬, 좋았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세희와 맞닥뜨린 만세씬, 가볍게 그려 좋았어요."

배우 이청아는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극본 윤난중 연출 박준화)에서 특별출연으로 중후반부터 등장했다. 그럼에도 그 파장과 공감대는 첫 회부터 출연한 배우들 못지 않았다. 남자주인공 남세희(이민기)의 12년 전 첫사랑 그녀이자, 그가 그토록 자기 마음을 꽁꽁 닫고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캐릭터. 드라마 제작사 대표 고정민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청아를 만났다. 이청아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 너무 좋지 않아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청아는 2011년 tvN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로 연을 맺은 윤난중 작가의 부름을 받고 고정민 캐릭터에 출연을 하게 됐다. 평소 이청아의 성격을 잘 아는 윤 작가는 이청아의 실제 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할, 그의 성격들을 글을 통해 표현했고 이청아로 인해 고정민의 캐릭터가 빛날 수 있었다.

"윤난중 작가님이, 제가 했으면 좋을 것 같은 캐릭터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설명을 듣고 1회부터 봤는데 나이나 세희와의 관계, 직업, 대략의 성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등장을 시켜주실 줄은 몰랐어요. 대본이 없으니 작가님을 믿고 기다렸는데 나한테 있던 모습들 중에서 이런 모습을 봤는지 대본을 받고 너무 편했어요."

지난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한 이청아는 데뷔 15년차가 됐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통통튀고 귀여운 소녀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서른 여덟의 나이에 회사의 대표가 되어 첫사랑 앞에 나타난 여성으로 출연하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목소리가 높은 편이 아닌데 밝고 그런 캐릭터를 많이 하니까 그동안 '한 톤 밝게', '조금 더 귀엽게', '통통 튀게' 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 목소리대로 편하게 말했어요."

정민은 세희에 대해 이제 막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버린 윤지호(정소민)에게는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시청자들도 그동안 지호와 세희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던 중 세희와 지호 앞에 나타난 정민의 모습에 큰 반응을 보였고, 이는 '만세 씬'에서 포텐이 터졌다. 정민은 지호와 술을 마시며 진솔한 얘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정민이 기지개를 켜다가 12년만에 전 남자친구 세희를 만난 것이었다.

"감독님도 고민을 했어요. 대본에 '정민 기지개를 펴는데, 세희 만났고 팔을 잠시 잊었다'라고 써있었어요. 감독님은 옆으로 팔을 내려놓자고 했는데, 세희를 만나면 팔을 까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계속 올리고 있게 됐어요. 감정 보니까 괜찮네, 라고 해서 가자고 했던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만세씬이 만들어졌어요.(웃음) 만세가 나와 세희가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탁 보자마자 서로 얼어버리거나 냉소가 끼지 않아서요."

이청아는 10회 이후부터 등장했지만 드라마 준비는 1회 촬영 전부터 시작했다. 대본리딩에 참석해 12년 전 남자친구였던 세희 역 이민기의 분위기를 읽었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 설정이었기에 서로에게 녹아든 모습을 연기해야했는데, 이에 따라 이청아는 이민기의 덤덤한 말투와 꼿꼿한 분위기에서 세희를 캐치했다.

"리딩 때 일부러 가서 그 분위기를 느꼈어요. 제가 초조함이 들어서 준비를 할 겸 해서요.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정민이와 헤어지고 난 후에 12년 전 남자친구가 이렇게 연애를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의 정민으로 봤을 때 세희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민이는 모두 잘 넘겼는데 세희는 그 상처들과 고양이를 안고 있고, 아직도 사랑할 생각이 없구나 싶었죠."

이청아는 십 수 년간 여러 작품들에서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나이가 적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렇다보니 밝고 경쾌한 캐릭터들 위주였는데, 정민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나이가 실제보다 더 많은 설정이었다. 서른 여덟의 정민.

"처음으로 저보다 나이가 많게 나왔어요. 제가 서른 여덟 살일 때는 어떨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오랜 사랑이 지나가고, 지금 자기 일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는 삼십대 중반 여성이 자기 일을 좋아하는데 씁쓸할 때가 있잖아요. 정민이가 딱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30대 중반이 넘어서 자기 일을 갖고 있고 사랑하는 여성들이 한 번쯤 그 20대 때 첫사랑에 올인했으면, 선택했으면 그럼 어떤 모습일까 싶은 느낌이요. 안 가본 길은 늘 궁금하고 아쉬운 느낌이잖아요. 정민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어요. 마지막까지 관심을 갖고 봐주세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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