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놓친 롯데, 손아섭마저 잃으면 위험하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같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주전 포수를 잃은 롯데. 외야수 손아섭은 잡을 수 있을까.

지난 21일 오후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04년부터 무려 14시즌 동안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한 강민호가 삼성 구단 점퍼를 입은 사진이 공개된 것. 강민호는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맺고 그렇게 롯데를 떠났다.

예상 밖의 이적이었다.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었을 때 롯데 유니폼을 벗을 것으로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롯데에서 강민호가 갖는 상징성이 컸기 때문. 롯데 구단도 강민호에게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려 했고, 강민호 또한 롯데 잔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강민호의 선택은 삼성이었다. 여기에 롯데가 삼성과 같은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강민호는 푸른 유니폼을 택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강민호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잔류에 최선을 다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고, 삼성 측은 “축소 발표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은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라는 강민호의 말에서 계약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롯데는 이제 포수 포지션에서 강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모든 구단의 숙명이지만, 주축 전력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는 엄연히 다르다. 일단 내년 시즌은 김사훈과 나종덕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김사훈은 이미 여러 차례 수비력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나종덕은 지난 시즌 데뷔해 1군 5경기를 뛴 어린 선수다. 강민호가 경기 외적으로도 젊은 투수들의 멘토, 팀 내 리더 역할까지 수행했기에 확실한 주전 포수가 생기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의 계약 소식 역시 들려오지 않고 있다. 손아섭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자원. 이미 강민호를 잃었기에 손아섭과의 계약이 더욱 절실해졌다. 손아섭은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함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KBO 시상식에선 “메이저리그 진출은 내 꿈이었다. 거취는 하늘에 맡길 생각이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만일 롯데가 손아섭까지 놓친다면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강민호와 마찬가지로 그를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 롯데는 중견수 전준우를 제외하고 김문호, 나경민, 박헌도 등으로 외야를 꾸려야 한다. 베테랑 이우민은 FA를 선언, 아직 거취를 모르는 상황. 여기에 정훈이 외야 준비를 틈틈이 해왔지만 손아섭의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롯데는 올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부산에 다시 야구 붐을 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하며 산뜻하게 비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반드시 잡아야할 전력으로 분류된 강민호를 잃었다. 여기에 손아섭까지 놓친다면 팀의 한 시즌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일단 롯데 측은 “손아섭은 꼭 필요한 선수다. 잡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과연 손아섭은 롯데 유니폼을 그대로 입을 수 있을까.

[손아섭(좌)과 강민호(첫 번째), 김사훈(좌).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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