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투수 2명 127.5만 달러…명성 아닌 잠재력 택했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상당히 발 빠른 행보다. 한화가 일찌감치 외국인투수 2명와 계약을 체결, 차기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15일 “2018시즌 외국인투수로 미국 출신의 좌완 제이슨 휠러(26)를 영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휠러의 계약 규모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7만 5,000달러 등 총액 57만 5,000달러(약 6억 4,000만원)다.

이로써 한화는 일찌감치 외국인투수 2명 영입을 확정지었다. 한화는 지난 12일 키버스 샘슨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약 7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7시즌 외국인투수 영입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차이가 큰 행보다. 한화는 지난 1월 알렉시 오간도를 영입한데 이어 2월에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8시즌 외국인투수 구성은 이보다 약 3개월을 앞당겨 마무리한 셈이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현직 메이저리거’였다. 당장의 기량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름값 높은 외국인투수들을 영입리스트에 올렸고,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까지 맞물려 최종 계약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오간도, 비야누에바의 몸값은 도합 330만 달러(약 36억원)에 달했다. 휠러와 샘슨은 연봉을 더해도 127만 5,000만 달러(약 13억 4,000만원)에 불과하다. 오간도, 비야누에바 가운데 1명의 몸값에도 미치지 못한다.

‘젊고 건강한 투수’, 즉 현재까지 쌓은 커리어가 아닌 잠재력에 주안점을 두고 외국선수 영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했지만, 2017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각각 19경기, 20경기에 그쳤다. 한화는 산술적으로 외국인투수가 한 경기 등판하는데 약 1억원을 소진한 셈이었다. 한화는 결국 8위에 그쳐 10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못 올랐다. 돈은 돈대로 쓰고 성적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것.

오간도, 비야누에바는 한화에 합류하기 전까지 불펜 보직을 맡았던 투수들이다. 비야누에바는 선발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험이 5시즌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명성이었을 뿐이다. 선발투수로 전환해 한 시즌을 치르는 데에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투수들이었다는 의미다.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입은 부상도 있었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

결국 한화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에 외국인투수들을 영입하게 됐다. 객관적인 기량도 당연히 기존의 ‘대어들’에 비하면 떨어진다.

하지만 잠재력이라는 항목만큼은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일 터. 휠러와 샘슨은 성장 여하에 따라 흔히 말하는 ‘한국형 외국선수’로 성장할 여지는 갖고 있는 투수들이다.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도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총액 35만 달러를 받으며 KBO리그에 데뷔했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그려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한용덕 체제로 체질개선에 나선 한화가 바라는 이상적인 외국인투수 사례이기도 하다. 외국선수들의 명성이 아닌 잠재력을 택한 한화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제이슨 휠러. 사진 = AFPBBNEWS]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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