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 그린라이트 가동, 두 가지 굵직한 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대한 그린라이트를 주겠다."

한국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그린라이트를 선언했다.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최대한 그린라이트를 주겠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굵직한 의미를 지닌다.

그린라이트는 누상에 나간 주자에게 단독 도루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의미다. 선 감독은 "물론 작전도 내겠지만, 기본적으로 주자들이 알아서 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도루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라고 말했다.

선동열호는 16~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야수진을 보면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드물다. 한 시즌이라도 20홈런을 친 경험이 있는 타자가 김하성(넥센), 구자욱(삼성)뿐이다.

대신 발 빠른 선수는 적지 않다. 올 시즌 20도루를 돌파한 선수는 나경민(롯데)이 유일하지만, 박민우(NC), 이정후(넥센), 김성욱(NC) 등의 주력이 좋다. 김하성과 구자욱도 도루 능력을 갖췄다. 선발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하더라도 도루 능력이 좋은 타자가 대거 배치된다.

저연차 선수들이라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체격조건이나 배트스피드가 좋아도 실전서 장타에 대한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현실적으로 장타력보다 기동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선 감독은 "9명 모두 장타를 치면 금상첨화다. 배트 중심에 맞으면 누구든 홈런을 칠 수 있다. 그러나 야구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일본에 좋은 투수가 많다"라고 말했다. 일본을 상대로 제대로 승부하려면, 기동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그린라이트다.

또 하나. 한국야구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 감독의 마음이다. 그는 "물론 국제대회는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 한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국제대회를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일본과 대만을 상대해보면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회는 만 24세 이하 혹은 3년차 이하의 저연차 선수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선 감독은 취지에 맞게 와일드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결과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고,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경쟁력을 확인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선 감독은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모두 뛰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린라이트를 통해 타자 개개인의 기동력과 야구센스를 국제무대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면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의 참고자료로 삼으면 된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하려는 의욕이 넘친다.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야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