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러빙 빈센트’, 따뜻한 사람 반 고흐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빈센트 반 고흐의 유화로 그가 죽기 직전의 삶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어린 시절부터 고흐와 동생 테오의 편지를 읽고 자란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고흐의 삶을 되살리겠다는 아이디어를 10년에 걸쳐 실천에 옮겼다. 전 세계에서 선발한 100여명의 화가에게 고흐의 테크닉으로 유화를 그리게 했고, 6만 5,000여점의 프레임으로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 그렇다. ‘러빙 빈센트’는 두 번 다시 제작되기 힘든 작품이자, ‘따뜻한 사람’ 고흐에게 바치는 진실된 러브레터다.

아르망 룰랭(더글러스 부스)은 고흐와 친하게 지냈던 우체부 아버지(크리스 오다우드)의 청을 받고 고흐의 편지를 테오에게 전해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러나 테오는 고흐가 죽은지 6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룰랭은 고흐가 머물렀던 라부 여관의 아들린 라부(엘리너 톰린슨), 고흐를 치료했던 가셰 박사(제롬 플린)와 그의 딸 마르그리트 가셰(시얼샤 로넌), 가정부 루이스 슈발리에(헬렌 맥크로리), 뱃사공(에이단 터너) 등을 만나며 고흐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한다.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흡사 탐정영화처럼 ‘누가 죽였을까’를 플롯의 동력으로 삼아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자살하는 사람이 복부에 총을 쏘지 않는다는 점, 고흐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10대들이 있었다는 점 등이 타살설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타살설 사회적, 예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38살의 나이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고흐의 삶에 채워진 빗장을 열어줄 뿐이다. 뱃사공은 룰랭에게 “고흐의 죽음에만 관심이 있지, 언제 고흐의 삶에 관심을 가져봤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러빙 빈센트’는 죽음의 문을 열어 삶을 정수를 파고 들어간다.

이 영화는 오프닝신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라스트신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르기까지 고흐의 걸작 유화 130여점을 꿈결처럼 펼쳐놓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흐의 흔적을 하나 둘씩 불러낸다.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우며 오직 그림에만 집중하고, 동생 테오를 끔찍하게 아꼈던 따뜻한 사람 고흐가 마치 캔버스에 두껍게 칠하는 유화처럼 관객의 마음 속에 진하게 스며든다.

길을 떠나기 전에 내가 왜 편지를 전달해줘야 하냐며 투덜댔던 룰랭의 삶에도 고흐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들었다. 고흐의 마지막 인생을 추적한 아르망 룰랭의 삶은 한층 성숙해졌다. 그가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룰랭의 성장영화와 고흐의 전기영화가 최적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 영화를 보면 ‘해바라기’가 됐든, ‘별이 빛나는 밤에’가 됐든 고흐의 작품 하나가 눈 앞 아른거린다. 그리고 돈 맥클레인의 ‘빈센트’가 듣고 싶어진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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