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아이 캔 스피크', 300만 비결?…김현석 감독 "가식 없이 연출"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지난해 '귀향'이 관객수 358만 명을 돌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영화의 힘을 발휘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김현석 감독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작 '아이 캔 스피크'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 '아이 캔 스피크' 역시 300만 스코어를 넘어서며 최근 흥행 공약을 실천하는 기쁨을 맛봤다.

'아이 캔 스피크'는 지난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되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상업 영화 틀 안에서 다뤄졌음에도 자극 없이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휴먼 드라마로 완성됐다. CJ 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다. 김현석 감독이 연출과 더불어 각색을 맡았다.

"일 년 전쯤 명필름으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 아무런 정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죠. 나옥분(나문희)의 사연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단순한 코미디물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고 이에 접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미 2007년작 '스카우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휴먼 코미디를 선보인 경험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스카우트'는 실제 제가 광주 출신이기도 해서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 캔 스피크'는 달랐다. 초반 자신감과 달리,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깊게 들여다볼수록 부담감이 밀려왔다고.

"'아이 캔 스피크'를 하기로 결정했을 땐 부담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슬프고 괴로운 문제더라고요. 독도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인 것 같아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가슴이 아리더라고요. 사실 저 역시도 위안부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만 있었지 자세히 찾아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신 적이 있나요? 저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처음 접속해봤어요. '모르니까'라고 변명하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자랑은 아니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됐어요. 가만히 있으면 사라질 문제가 될 것 같더라고요."

결국 김현석 감독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 그는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현재를 강조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임을 더욱 와닿게 했다. 또한 용기 있게 전 세계 앞에서 증언한 할머니의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전했다.

"정말 정직하게 접근했어요. 가식 부리지 말자고, 나대는 연출을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죠."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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