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마더!’, 여성과 자연을 파괴하는 극단의 롤러코스터 체험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더!’는 ‘블랙스완’의 심리적 분열과 파멸, ‘노아’의 종교적 신념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외딴 집에 몰아 넣은 뒤 영원히 반복되는 인류의 파괴적 속성을 뜨겁게 불태우는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야심작이다.

한적한 집의 조용한 풍광으로 시작해 맹렬한 화염의 불꽃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관객을 폭주하는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음울하고 불안하고 난폭한 체험에 동행시킨다.

시인(하비에르 바르뎀)과 마더(제니퍼 로렌스)의 평화로운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정형외과 의사(에드 해리슨)와 부인(미셸 파이퍼)은 수상쩍은 행동을 일삼는데다 재산상속 문제로 두 아들이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무례한 손님들은 계속 찾아오고, 집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이 말한대로, ‘마더!는 곳곳에 성경의 상징이 내포돼있다. 세상이 창조된 6일 동안 벌어진 일을 담은 것부터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전쟁, 기아, 난민 위기, 테러 등 인류가 당면한 온갖 문제들를 격렬하게 뒤흔든다.

평화로운 집은 곧 지구이고, 자연이고, 여성이다. 마더는 첫 장면부터 한번 파괴됐던 집을 정성껏 가꾸고 보살핀다. 그러나 낯선 방문자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토록 아꼈던 집은 점차 폐허로 변한다.

카메라는 마더의 얼굴과 어깨 너머에 바짝 붙어 그녀가 움직이는 동선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러닝 타임의 절반 이상이 마더의 클로즈업 숏인데, 관객은 꼼짝없이 마더가 느끼는 공포와 당혹을 함께 느끼게 된다.

정형외과 의사의 두 아들 중 한 명이 쓰러진 곳에 흥건히 고여있는 피는 여성의 음부를, 지하로 이어진 보일러실은 심장을 각각 상징한다. 막무가내로 혼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삼는 방문자들의 횡포에 아내가 선택한 마지막 결단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최후의 저항이다.

시인은 자기 중심적인 종교지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타인에 대한 위로와 용서를 역설하면서도 아내의 현실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신념만 옳다는 착각 속에 숭배에 취해 이성을 잃은 인물로, 파멸의 폭풍을 몰고오면서도 정작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인간’이다.

그러나 과연, 시인만이 그럴까.

마더를 맹렬하게 파괴시킨 뒤에 찾아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과 이어지며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조용한 집의 하얀 침대에서 잠을 깨는 여인의 앞날은 인류가 당면한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현실이면서, 어두운 미래일 것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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