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오재원의 손짓, 단기전은 냉정해야 이긴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냉정해야 이긴다.

18일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이 13-7로 앞선 7회말 1사 1,3루 찬스. NC 최금강이 두산 김재호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그리고 사과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김재호는 불만을 표시했다. 어깨 부상에서 여전히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상황. 예민한 건 당연했다.

김재호는 빈볼로 해석했을 수 있다. 굳이 추론을 하자면 NC로선 7-12로 뒤진 7회말 1사 1루서 두산 오재원이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친 게 불편했을 수 있다. 하지만, 1~2차전이 엄청난 타격전으로 전개된 걸 감안하면 오재원의 7회말 5점 리드 상황서의 도루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었다.

물론 빈볼 여부를 제3자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최금강의 제구가 단순히 흔들렸을 수도 있다. 실제 최금강은 후속 박건우에게도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밀어내기 실점을 기록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양 팀 덕아웃이 날카로워진 상황서 주장 오재원이 개입, 벤치클리어링, 혹은 최악의 사태를 막아낸 점이다.

오재원은 김재호의 몸에 맞는 볼 직후 천천히 덕아웃에서 걸어나와 NC 덕아웃을 바라보며 양손을 몇 차례 아래로 내렸다. '냉정하자' 혹은 '차분해지자'는 의미였다. 덕분에 두산은 물론, NC 선수들도 덕아웃을 박차고 나오지 않았다.

벤치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오재원은 냉정했다.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 누상에 나간 3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면 16-7,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굳이 벤치클리어링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을 끊을 이유는 없었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두산이 더욱 단단해질 수도 있었지만, NC 역시 단단해질 수 있었다.

오재원의 손짓 이후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두산은 냉정하게 경기에 임했다. 박건우의 밀어내기 사구, 김재환의 희생플라이로 달아났다. 8회말에도 2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과적으로 오재원의 상황 정리 이후 두산의 완승에 탄력이 붙었다.

오재원의 손짓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야구, 특히 단기전은 냉정해야 한다. 냉정한 마인드에 따라 시리즈 전체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산으로선 주장 경험이 있는 오재원의 존재가 든든하다. 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주장을 맡았다. 김재환이 시즌 중반 주장을 맡은 이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해석.

김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부담감을 털어낸 김재환은 2차전서 스리런포 2개 포함 7타점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타점 타이기록을 세웠다. 주장 경험이 있는 오재원도 보이지 않는 수훈으로 두산의 반격 1승에 공헌했다.

창원마산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4차전 역시 마찬가지다. 단기전은 투수전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격전이다. 이렇듯 야구는 언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상황변화에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오재원의 손짓에 담긴 의미가 크다.

[오재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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