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돌린 우리은행, 어천와 선택한 이유·의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머리가 좋다."

우리은행이 한 숨을 돌렸다. 센터 티아나 하킨스가 손목과 발목에 부상, 합류가 불발됐다. 그러자 지난시즌 하나은행에서 뛴 나탈리 어천와를 대체 외국선수로 영입했다. 어천와는 9일 밤 입국, 10일 우리은행 훈련에 가세했다. 우려했던 무릎은 MRI 검진을 통해 체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양지희와 이선화의 은퇴, 김단비의 FA 보상선수 이적으로 4~5번 자원이 부족하다. 김정은이 비 시즌 내내 빅맨 수비를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전문 빅맨은 아니다. 공격에서의 롤도 적지 않다. 40분 내내 4~5번을 맡는 건 불가능하다.

최은실도 4~5번으로 뛸 수 있다. 지난 1~2년간 양지희 백업으로 검증을 마쳤다. 그러나 두 차례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 훈련에 뒤늦게 가세했다. 게임체력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통센터 하킨스에 대한 기대감, 중요성이 컸다. 어쨌든 하킨스와 우리은행의 인연은 끝났다.

어천와도 정통센터다. 1대1 공격력, 운동능력은 평범하다. 그러나 센터로서 필요한 포스트업 공격과 수비, 중거리슛, 리바운드 장악능력 등을 두루 겸비했다. 기동력도 나쁘지 않다. 기분에 따라 경기력 업&다운이 심한 타입도 아니다.

또 하나. 농구에 대한 높은 이해력이 돋보인다. 박성배 코치는 "어천와는 머리가 좋다. 이해력이 높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도 높게 평가했던 부분. 알고 보면 엄청난 의미가 있다.

박 코치는 "적어도 외국선수가 시즌 전에 1달 동안 국내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어천와는 개막 18일 전 팀 훈련에 합류했다. 올 시즌 대부분 WKBL 외국선수가 뒤늦게 입국했다고 해도 많이 늦은 편이다.

어천와가 특유의 빠른 이해력을 앞세워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착실히 소화하면 그만큼 우리은행도 차질 없이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박 코치는 "외국선수 2명이 뛰는 3쿼터가 승부처다. 외국선수가 둘 다 이해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준비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어천와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스트릭렌도 이미 우리은행에서 4년 전에 우승을 경험했다. WKBL 경력도 풍부하다.

우리은행은 빅맨을 제외하면 각 포지션별 최고 테크니션들이 포진했다. 외국선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역할 자체가 많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박혜진과 임영희는 WKBL에서 2대2 능력, 3대3 연계플레이를 가장 잘한다. 알아서 잘 움직이고, 어천와 입맛에 맞는 패스를 넣어줄 선수들이다. 어천와가 스크린만 제대로 하면 팀 오펜스가 손쉽게 풀릴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어천와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빠른 이해력만 발휘하면 된다.

위성우 감독이 선수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 시즌 존쿠엘 존스가 대표적이다. 존스는 본래 외곽공격을 즐기는 포워드다. 그러나 위 감독이 직접 존스에게 센터에게 필요한 세부적인 기술 및 움직임을 전수하고 반복훈련을 시켰다. 외곽슛을 되도록 자제시켰고, 포스트업을 할 때 고개를 들고 돌리는 타이밍까지 가다듬었다. 기동력 강화를 위해 훈련 스케줄도 꼼꼼하게 짰다. 통합 5연패의 시발점이었다.

이젠 어천와 차례다. 위 감독의 지도를 흡수하는 일만 남았다. 한 농구관계자는 "어천와가 작년에 하나은행에서도 농구가 느는 게 보였는데 꼼꼼한 위 감독님을 만나서 더 좋아질 것이다. 특A급 외국선수는 아니지만, 이해력이 높다. 우리은행이 어천와로 빅맨 고민을 해결했다. 올 시즌에도 우승후보 1순위"라고 말했다.

[어천와.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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