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헤드윅' 조형균 "외로움 공감, 시행착오 많았지만 지구력 생겨"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새로운 스타일의 헤드윅이다. 어딘가 외로워 보이면서도 파워풀하다. 뮤지컬배우 조형균이 뮤지컬 '헤드윅'으로 관객 앞에 섰다.

뮤지컬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스타 등용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캐스팅 공개 때마다 높은 관심과 화제를 몰고 왔다.

조형균은 2017년 뮤지컬 '헤드윅'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처음엔 설레면서도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운을 뗀 조형균은 "요즘에는 재밌다.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지만 이제 편하다.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좀 캐릭터나 대본이 잘 입력 된 상태에요. 아무래도 처음에는 분량도 많고 하다 보니까 '놓치면 어떡하지? 뭐 하나 다른 길로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몸에 배어 있으니까 최대한 더 편안하고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매니아 층이 두터운 작품이고 훌륭한 배우들이 했던 작품이라 부담이 더 많이 되긴 했는데 이젠 즐기죠."

조형균은 1인극에 가까운 '헤드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모든 걸 나 혼자 책임져야 하는 공연이다 보니 힘들었다"며 "어쨌든 끌어 가야 한다는 것, 내가 지쳐 버리면 안된다는 것이 많이 신경 쓰인다"고 고백했다.

"'헤드윅'은 연기라기보다 그냥 원맨쇼에요. 배우에 따라 전혀 다르죠. 대본이 막 디테일 하게 써있지 않아요. 굵직굵직한 드라마가 있고 연결고리가 있죠. 사실 1인극일 수록 자기 색깔이 더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두시간 넘는 시간 동안 혼자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색깔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조형균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그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중, 후반부 넘어가면서부터 '나는 어떤 색깔을 할거야'보다 헤드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지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해를 한다는건 결국은 공감대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 사람의 공감대가 뭘까? 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사람인데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봤을 때 우리가 쉽게 이 캐릭터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는 외로움인 것 같아요. 그건 결국 사랑 받지 못한, '남들은 저렇게 행복하게 잘 사는데' 하는 생각, 이 세상에 나만 외롭고 슬프고 고독한 감정이죠. 전혀 다른 인생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 마음 속에 있는 감정이죠."

조형균은 연습 막바지가 돼서야 헤드윅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드라마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그 때 시작됐다. 처음엔 관객의 피드백을 바라고 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오로지 헤드윅의 외로움에 집중하게 됐다.

조형균은 헤드윅과의 공통점으로 '외로움'을 꼽았다. "어릴 때, 특히 사춘기 때 나만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사람들이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관심 가져주기 원하고, 그런 부분이 헤드윅과 비슷하다. 사실 그 인생에 대해 비슷한 경험을 해보거나 그런적은 없어서 외로움에 좀 많이 공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이점이요? 외로움 외의 것은 완전히 달라요.(웃음) '헤드윅'은 대본만으로도 사실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에 대보에 집중하고 있죠. 초반에는 애드리브에 대한 생각이 있어서 살짝 흔들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대본만 봐도 충분하니까 열심히 하는 게 제일일 것 같더라고요. 결국 헤드윅이 말하고자 하는건 이거 였다는걸 전하는게 우선이죠."

'헤드윅'의 음악에 매료된 만큼 가창 및 퍼포먼스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헤드윅은 싱어송라터이다 보니까 노래를 잘 해야 한다. 또 록커이기 때문에 특유의 제스처나 리듬감이 있어 많이 찾아봤다"며 "내가 록커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많이 어려웠다. 연습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외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했다. "뮤지컬 '록키 호러쇼' 할 때부터 계속 왁싱을 하고 있고 저녁에 뭘 먹지 못한다. 다들 너무 예뻐서 나는 미모 욕심보다는 분장 욕심이 있다. 좀 더 매끈하게 분장이 되면 좋겠다. 또 힐을 신으면 약간 우월감이 생긴다"며 웃었다.

"정말 신경 쓰고 준비할 게 많았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요. 세상에 쉬운건 없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웃음) 사실 100% 만족스럽진 않아요. 긴장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았죠. 하지만 어쨌든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어요. 헤드윅이 갖고 있는, 기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부분들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성장한 부분도 당연히 있다.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놓으면 안되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지구력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다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헤드윅'이 특별히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헤드윅'이라고 해서 더 그런 생각은 안 든다. '헤드윅'도 어쨌든 너무 좋은 작품이지만 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형식 자체가 많이 다르고 즉흥적이라 재밌어요. 관객이 민망해 하면 민망해 할 수록 재밌죠.(웃음) 희열도 있고요. 노출할 때는 약간 부끄러울 줄 알았는데 그 타이밍이 되면 제 몸이 어떤지 기억도 안 나요. '미드나잇 라디오' 때는 약간 만감이 교차해요. 되게 편안한 것도 있고, 막 그냥 뭔가 모르겠어요. 뭔가 느낌이 되게 뜨겁죠. 락앤롤의 뜨거움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헤드윅'. 공연시간 130분. 오는 1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MD인터뷰②]에 계속

[뮤지컬배우 조형균.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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