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몬스터 콜’, 마음 속 진실을 이야기할 시간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열세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는 엄마(펠리시티 존스)가 암에 걸리자 슬픔에 빠진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평소 싫어하던 외할머니(시고니 위버)와 지내게되자 코너의 반항심이 커진다. 엄마와 이혼하고 미국으로 떠난 아빠가 돌아와 위로해주지만 코너의 마음은 더욱 외로워진다. 어느날 밤 12시 7분에 몬스터(리암 니슨 목소리연기)가 나타나 자신이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직접 해야한다고 말한다.

후안 안토니오 감독은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더 임파서블’에 이어 ‘몬스터 콜’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 3부작을 완성했다. 세 작품은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의 힘든 여건과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테마를 품고 있다.

코너는 어린 시절에 엄마에게 그림을 배우며 따뜻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토록 정겨웠던 엄마가 시름시름 앓아갈 때부터 코너의 고통이 시작된다. 극 초반부에 코너는 암 투병 중인 엄마의 방 문을 연다. 그때 카메라는 문에 걸린 코너의 얼굴을 절반만 보여준다. 문 뒤에 가려진 반쪽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어 떨쳐내려 해도 계속 달라붙는 죄책감일 것이다. 코너가 불러낸 죄책감이 몬스터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코너의 심리를 대변하는데, 그 중 첫 번째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마녀는 나쁘기는 했지만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왕손은 착하기는 했지만 살인을 저질렀다. 처음에 사악한 마녀를 비난했던 코너는 왕손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후 충격을 받는다. 마녀는 자신이 싫어하던 외할머니이고, 왕손은 곧 자기 자신이니까. 코너는 왕손이 벌을 받았냐고 묻는다. 궁금했을 것이다. 몬스터의 답은 의외였다. 왕손은 왕위에 올라 죽는 날까지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렸다.

코너는 마음 속으로 엄마가 아픈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그는 ‘나쁜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렇다고해서 코너가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고, 자라서 나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왕자는 살인죄를 저지르고도 좋은 왕이 되지 않았는가. 몬스터는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라고 들려준다.

몬스터의 대답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통찰을 떠올리게 한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쁜 생각’만으로 벌을 받는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쁜 생각에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존재이다. 몬스터가 첫 번째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코너가 진실을 드러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코너에게 진실은 양면적이다. 나쁜 마음을 품었던 진실과 오래 살기를 바라는 진실은 뒤섞여 있다. 몬스터가 듣고 싶었던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의 진실이었다. 코너는 전자를 드러내고 인정한 이후에 비로소 후자를 말할 수 있었다. 소년은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에야 스스로 밀폐시킨 진실의 봉인을 해제했다.

누구나 어두운 진실을 두려워한다. 두려움에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고통의 뿌리는 더욱 깊게 내면을 파고든다. 코너는 진실을 말하면 죽을 것이라고 무서워했지만, 몬스터는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너는 용기를 내 진실을 말했고,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몬스터의 말처럼, 진실을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감당할 수 있다. 당신도 감춰둔 진실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어떤 일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당신 마음 속 몬스터를 깨울 시간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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