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신태용 인터뷰로 복기한 이란전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가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면서 축구 팬들은 이전과는 확 달라진 축구를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푹 파인 잔디 만큼이나 전체적인 경기력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여전히 월드컵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2위를 유지했지만, 남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자력으로 러시아행을 확정 짓게 된다. 또 한번 마지막까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예상대로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웠다. 다만 원톱 황희찬 아래 선 권창훈이 공격과 압박시에는 사실상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면서 4-4-1-1 혹은 4-4-2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공격과 수비 사이의 연결고리를 맡은 구자철과 장현수의 애매한 역할 분담과 왼쪽 풀백 김진수의 부진으로 조기 소집 내내 강조한 컴팩트한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이란이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한 박자씩 늦은 교체 타이밍은 경기 후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아주 묘한 전개였다.

■ 포메이션: 4-2-3-1 vs 4-2-3-1

(한국 4-2-3-1: 황희찬 –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 – 구자철, 장현수 – 최철순,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김승규)

(이란 4-1-4-1: 구차네자드 – 자한바크시, 데자가, 아미리 – 하지사피, 에자톨라히 – 모하마디, 푸랄라간지, 안사리, 레자이안 – 베이란반드)

“이란은 여우 같이 볼을 잘 찬다. 워낙 앞에서 공격수들이 뛰는 스타일이라 역습을 걱정했다. 그래서 선제 실점을 하면 힘들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마음 놓고 공격을 못했다”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상대의 빠른 역습을 거듭 강조했던 신태용 감독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확실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한 채 방황했다. 권창훈을 황희찬과 함께 배치해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하려 했지만, 동시에 장현수가 수비라인 깊숙이 내려서면서 팀 전체 밸런스가 어정쩡해지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공격수는 조직력보다는 개인 능력을 더 요구한다. 그래서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등을 선발로 내보냈다. 그들이 앞에서 많이 뛰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야 마지막 수비라인이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태용 감독은 전북에서 뛰는 이재성을 제외하고 전원 해외파로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이는 그의 말대로 조직력보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공격 전개를 활용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기 소집 내내 패턴 플레이를 강조했던 점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세트피스 찬스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보였지만 상대가 수비라인을 내리고 지키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연계는 부족했다.

이는 일각에서 전임 감독 체제에서 나왔던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되는 듯 했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한국은 수비 불안 뿐 만 아니라 공격에서의 조직적인 연계 플레이가 잘 안 됐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고 조기 소집까지 실시하며 공격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실질적으로는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해외파들이 선발로 뛰면서 발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반 34분 장면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구자철에서 시작된 돌려차기(패스플레이)가 권창훈과 황희찬을 거칠 때까진 개인 능력에 의존한 연계였지만, 마지막에서 패스가 짧게 끊긴 건 서로간의 호흡에서 완벽한 하모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체 선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재성 대신 김신욱을 투입해서 세컨볼을 따내려고 했다”

후반 27분이 돼서야 신태용 감독은 첫 번째 교체 카드를 섰다. 오른쪽 측면에 있던 이재성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4-2에 더 가까운 전형으로 바뀌었다. 김신욱이 황희찬과 투톱을 구축했고 권창훈이 사이드로 이동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김신욱 효과는 크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크로스의 질이었다. 이는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특히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김신욱의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혀 더욱 적극적으로 세컨볼을 따내는데 집중했다. 빠른 대응으로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전략을 차단한 것이다.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도 이란의 조직력이 워낙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란의 퇴장이 한국에게 전술적인 측면에선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란은 1명이 없을 때 수비 조직이 더 강해진다. 이는 기본적으로 4-1-4-1을 사용하는 이란의 경우 1명이 없어도 4-4-1 포메이션으로 전체적인 수비 대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로스 감독은 누구보다 이러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인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에자톨라이가 퇴장을 당하자 그는 최전방 원톱 구차네자드를 빼고 카리미를 투입했다. 이어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데자가를 전방으로 올렸다. 중원에서의 밸런스를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 퇴장 공백을 메웠다.

“이동국은 짧은 시간에도 골을 넣어줄 거란 생각이 있어서 조금 늦게 투입했다. 그리고 선발로 나간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크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의 교체 전략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후반 43분에서야 들어간 이동국이다. 센터백 김민재의 경우 선수 본인이 경합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혀 스스로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유효슈팅 하나 없는 상황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다른 공격수의 투입을 미룬 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은 장면이다.

물론 이 또한 코칭 스태프의 판단에 의한 결정이다. 일부러 선수의 투입을 미뤘을리 없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이동국이 골을 넣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면 좀 더 이른 시간 투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 신태용 감독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최악의 경우 패배는 면해야 다음 경기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국의 투입이 늦어진 건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