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당신은', 마지막회까지 너무합니다…엄정화가 아까운 졸속 결말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너무해도, 너무했다.

MBC 50부작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가 27일 종영했다.

감동은 없었다. 그 흔한 '권선징악'의 교훈이라도 건질까 싶었으나, 결말은 몹시 허술했다.

유지나(엄정화)나 박성환(전광렬) 심지어 고나경(윤아정)까지 순식간에 착한 인물로 돌아선 탓이다. 마치 그동안의 악행은 또 다른 인격이었던 것 마냥, 손쉽게 성격이 바뀌니 캐릭터의 균형은 당연히 무너졌다.

덕분에 결말의 설득력은 소멸됐다. 내내 대립하던 성환과 아들 박현준(정겨운)이 마지막회에 "이제부터는 내가 엄마 몫까지 해주마.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 "저도 많이 죄송했어요" 하고 돌연 화해했는데, 이 장면이 그동안 둘의 갈등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대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백미숙(김보연)은 나경을 보고 '사람이 완전 딴 사람이 됐네' 하고 속으로 놀랐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맥락 없는 각성은 놀라움은커녕 황당함만 남길 뿐이다. 이경수(강태오)가 갑자기 신부가 된 결말은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극본을 집필한 하청옥 작가는 그간 MBC '금 나와라, 뚝딱!', '여자를 울려' 등의 작품을 낸 바 있다. 전작들에서도 공감대 떨어지는 결말로 비판 받았던 하 작가인데,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하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은 탄탄한 전개와 감동 있는 결말을 기대하는 게 더이상 무리란 말인가.

MBC도 바뀌어야 한다. 암투와 증오로 점철된 자극적 이야기만 반복하다 마지막회에 와서 순식간에 화해하고 용서하는 식의 드라마는 더이상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허술한 극본에도 엄정화, 전광렬 등 주연 배우들은 열연했다.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동안 엄정화, 전광렬 등은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나마 시청률이 20% 가까이 오를 수 있던 것도 배우들의 호연 덕이 컸다.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한 배우 구혜선 대신 출연한 장희진도 캐릭터를 준비한 시간 없이 바로 실전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박수 받을만하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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