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이동국 희생 발언, 감독으로서 고맙다"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파주 안경남 기자]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요한 기로선 신태용호 1기가 첫 담금질에 나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3시 파주NFC에 모여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통과를 위한 첫 훈련에 돌입했다. 신태용 감독은 소집 기자회견에서 “조기 소집된 선수들만이라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비수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에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소집에는 3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38세 공격수 이동국(전북)을 포함해 K리그 클래식 일정을 마친 국내파 11명과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4명, 중동파 남태희(알두하일SC) 등 총 16명이 참가했다.

중국파 가운데 수비수 김영권은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는 주말 경기를 치르고 28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본격적인 출범이다. 조기 소집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조기 소집이지만, 전체 선수단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효과를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연맹에서도 한 라운드를 연기시키면서 희생해줬기 때문에 조기 소집된 선수들만이라도 극대화시키도록 하겠다. 그래도 수비는 많이 모였기 때문에 첫날부터 조직력을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이란에 4연패 중이다

“솔직한 개인적인 심정은 월드컵 예선이 아니었다면 공격 축구를 지향하면서 지금까지 당했던 수모를 한꺼번에 날릴 것을 고려하겠지만, 중요성을 고심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축구는 자제하려고 한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 크게 당했기 때문에 이란에게 되갚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큰 스코어가 아닌 이란을 이겨서 월드컵 가는 게 최대 목표다. 개인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이란을 이기겠다. 케이로스 감독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4연패 당한 걸 되갚고 싶다. 한국이 쉽게 지는 팀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 주겠다”

-올림픽대표와 U-20대표팀에선 연령 제한이 있었다. 이제는 원하는 선수를 뽑을 수 있다. 도움이 될 것 같나

“대표팀 하면서 가장 마음이 편했다. 연령별 대표는 제한이 있어서 고심이 컸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인데도 세계대회에 데리고 나가서 뛰게 하는 게 감독 입장에서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A대표팀은 경기에서 최고 기량 가진 선수들을 뽑았다. 그리고 2014년에 대행으로서 경험을 해봤다. 당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번에도 최고 기량 선수들인 만큼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올림픽과 U-20보다는 훨씬 마음 편하게 뽑았다”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베테랑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걱정하는 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 좌절하고 후배들에게 밀리는 것에 초심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 가진 후배들에게 동기부여 하는 것이 사라질까 걱정하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일심동체 되어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동국이 밖에서 볼 때 희생하는 선수들이 없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 얘기를 했다면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 그랬지만 내가 최고 잘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감독이 보는 건 다르다. 그날 그날 컨디션이 달라진다. 감독 입장에선 포지션을 고민해서 선발한다.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는 섭섭하겠지만, 이동국이 희생 정신을 얘기한 건 감독 입장에서 고맙다. 최고참이 희생을 말했다면 앞으로 팀이 원팀이 되는 데 중요한 말이 됐다고 생각한다”

-황희찬, 이동국, 김신욱 활용법은

“각자 스타일이 다르다. 이란을 상대로 어떤 선수가 가장 결정력과 골을 보여줄지 생각해야 한다. 똑 같은 선수를 뽑으면 옵션이 하나지만, 다른 스타일을 뽑으면 옵션은 2~3가지가 생긴다. 모든 걸 감안해서 뽑았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오늘부터 훈련하면서 파악해야겠지만, 황희찬은 28일 합류해서 3일 만에 보여줄지 봐야 한다”

-이란을 압도한 적이 없다. 개인적인 견해가 있다면

“자세하게 얘기하면 내가 가진 계획을 다 말해야 하기 때문에 답하기가 어렵다. 이란은 여기서 설명하면 전임 슈틸리케를 안 좋게 폄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제하도록 하겠다. 내가 모셨던 분을 지켜드려야 할 부분은 지켜드려야 한다. 이란 원정에서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 했다면 승산 있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게 있었다”

-권창훈, 황희찬, 손흥민 컨디션이 좋지만 늦게 합류한다. 이란전 활용 방안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어제까지만 보더라도 굉장히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부상 없이 돌아오면 좋은 컨디션이 기대된다. 모두가 합류한 뒤 상황을 보고 선발과 조커로서 활용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오늘 방안을 미리 말하면 조기 소집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K리그 선수들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활용하겠다고 말하기보다 최상의 컨디션과 신태용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를 선발하겠다”

-결과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힘들텐데

“이번에 소집된 26명은 모두 좋아하는 선수들이다. 31일 명단이 확정될 때까지 색안경 끼지 않고 냉정하게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이란을 준비하면서 26명을 모두 활용할 생각이다”

-이란전이 9시다. 훈련 시간을 6시 30분에 하는 이유는

“훈련을 경기 시간에 맞춰 8시에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 했다. 그러나 훈련이 너무 늦어져서 선수들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준비하는 과정이 6시30분부터 훈련하면 준비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최대한 경기 시간에 맞게 하려고 시간을 정했다.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정도 훈련 시간을 잡고 있다”

-수원과 주말에 연습 경기를 한다. 전술적인 주안점은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수원은 스리백을 가동한다. 그러나 이란이 스리백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조기 소집해서 오늘부터 수비 조직 훈련을 한다. 그런 것이 점검대상이다. 그러나 수원이 스리백을 들고 나와서 우리의 대체 방안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이란은 분명 포백으로 나올 것이다. 더 내려가서 완전히 수비 지향적으로 나올 것이다. 상대가 역습을 나올 때 수비가 어떻게 나올지 준비할 것이다. 또 공격수가 다 소집 안됐기 때문에 공격은 디테일하게 하기 힘들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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