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시네톡]‘변호인’ ‘택시운전사’, 천만을 감동시킨 직업윤리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사람은 인생의 어느 변곡점에서 유턴한다. 그동안 살아온 길이 양심과 도리에 맞지 않고 윤리에 어긋날 때, 브레이크를 밟고 잠시 정차했다가 핸들을 꺾는다.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과 ‘택시운전사’의 김만섭(송강호)은 신군부의 가혹한 독재와 탄압을 목격하고 직업의 본령으로 되돌아왔다.

두 영화에서 송우석과 김만섭은 데모하는 대학생에게 같은 입장을 취한다. 송우석은 “데모한다고 나라가 바뀔 것 같아?”라고 일갈하고, 김만섭 역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데모나 한다”라고 비판한다. 두 인물 모두 영화 초반부에 ‘돈’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도 닮았다. 가난에 한이 맺힌 송우석은 세무 전문 변호인으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고, 아내를 잃고 빚더미에 앉은 김만섭은 밀린 월세 10만원을 벌기 위해 독일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떠났다.

그러나 이들은 돈 보다 더 중요한 세상의 가치를 깨달았다. 송우석은 모진 고문을 당한 대학생을 목격한 뒤 인권 변호인의 길로 들어섰고, 김만섭은 사지에 두고 온 손님을 외면할 수 없어 도망치던 길을 버리고 다시 광주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그들은 ‘직업 윤리’에 충실했다. 역대 15편의 천만영화 가운데 직업이 제목인 영화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두 편 뿐이다. 송우석과 김만섭은 ‘변호인과 택시운전사는 응당 그러해야한다’라는 직업관에 투철했던 인물이다. 변호인은 ‘형사 소송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보조자로서 변호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택시운전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사람’이다. 송우석은 고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론했고, 김만섭도 손님을 김포공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했다.

송우석의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와 김만섭의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는 대사는 두 영화의 핵심을 대변한다. 역대 15편의 천만영화 가운데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이 배경인 영화 역시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밖에 없다. 그 참혹한 시절에 자신의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고 윤리를 지킨 사람들이 역사를 지켜냈다. 송우석, 김만섭은 실존인물이 모델이다. 천만 관객이 감동한 이유다.

[사진제공 = NEW,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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