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2연승에 가려진 맨유의 고민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경기 연속 4골을 폭발시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후 2연승을 달렸다. 8골을 넣었고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두 경기를 치렀지만, 바로 그 두 경기에서 맨유가 보여준 임팩트가 강렬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 무리뉴 감독은 매우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에도 우리는 2연승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6위로 시즌을 마쳤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맨유는 스완지시티를 상대로 4골을 넣었지만 80분까진 한 골차의 불안한 리드를 했다. 전반 막판 에릭 바이의 선제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다급해진 쪽은 스완지가 아닌 맨유였을 것이다.

#포메이션

무리뉴 감독은 4-0으로 대승을 거둔 웨스트햄과의 개막전과 똑 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폴 포그바와 네마냐 마티치가 중앙에 선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로멜루 루카쿠가 최전방에 배치됐다. 오른쪽 풀백은 안토니오 발렌시아, 왼쪽은 달레이 블린트가 맡았다.

폴 클레멘트 감독은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 카드를 꺼냈다.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수비상황)에는 측면 윙백인 카일 노턴과 마틴 올손이 깊숙이 내려와 사실상 5백처럼 운영됐다. 중앙에선 로케 메사가 홀딩을 맡고 르로이 페르와 톰 캐롤이 앞선 위치에 포진했다.

#파이브백

에릭 바이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지 맨유는 스완지의 5백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는 공격 루트가 지나치게 중앙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스완지는 3명의 센터백과 1명의 홀딩 그리고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중앙 지역에 포진했다. 이는 무려 6명이 이중 버스를 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맨유는 중앙 돌파를 고집했다. 후안 마타와 마커스 래쉬포드마저 중앙으로 들어와 공을 기다렸고 헨리크 미키타리안와 포그바도 가운데서 짧은 패스를 시도했다.

그로 인해 루카쿠도 장점인 파워와 스피드를 활용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 한 차례 돌파를 선보였지만 이후에는 스완지 스리백 사이에서 항상 등진 채 공을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전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 앨런 파튜는 루카쿠가 움직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지만, 맨유의 공격이 중앙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루카쿠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5백을 상대할 때는 사이드 윙어가 중앙으로 들어와 상대 윙백을 유인하고 그 공간을 풀백이 파고들어 크로스 타이밍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맨유는 중앙에서 공이 돌고 있을 때 발렌시아와 블린트의 오버래핑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풀백 고민

풀백 포지션은 맨유의 가장 약한 곳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루크 쇼와 애슐리 영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고 티모시 포수-멘사는 크리스탈 팰리스로 임대를 떠났다. 문제는 향후 남은 이적 시장에서 영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서르주 오리에(파리 생제르맹)과 대니 로즈(토트넘)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진척된 것이 없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스리백과 포백(back four: 4인 수비)을 유연하게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인터밀란의 이반 페리시치 영입을 추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맨유가 승승장구할수록 상대팀들은 스완지처럼 수비 숫자를 늘릴 것이다. 이는 중하위권팀과의 대결에서 더욱 심화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포지셔닝이 중앙에 집중되고 사이드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완지전 전반처럼 답답한 흐름이 지속될지도 모른다.

#폴 포그바

균형을 깬 건 전반 45분 세트피스였다. 포그바의 헤딩이 골키퍼와 크로스바를 맞고 흐르자 에릭 바이가 축구화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 스완지는 이날 세트피스에서 상대 선수를 자주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골대를 때린 필 존스의 헤딩이 대표적이다.

마티치의 지원을 등에 업은 포그바는 이날도 경기장 전체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다소 과격한 태클로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75차례 패스를 성공했고 3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었으며, 3번의 태클과 1번의 가로채기 그리고 2차례 개인 돌파를 기록했다. 또한 경기 막판에는 미키타리안의 패스를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마무리하며 2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교체

승부의 추는 양 팀의 교체에 의해 갈렸다. 클레멘트 감독이 먼저 루시아노 나르싱과 웨인 라우틀리지를 동시에 투입하면서 스리백을 포백으로 전환했다. 이는 5-3-2 포메이션이 4-4-1-1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바로 무리뉴 감독도 교체 카드를 꺼냈다. 래쉬포드와 마타가 나오고 앙토니 마샬과 마루앙 펠라이니가 들어왔다. 펠라이니가 마티치와 함께 썼고 포그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했다.

이후 맨유에게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6명이었던 스완지 중앙이 4명으로 줄었다.(2명의 센터백과 2명의 중앙 미드필더) 이는 맨유의 공격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에도 전반과 달리 손쉽게 가운데를 뚫고 추가골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다. 결국 맨유는 후반 35분부터 후반 39분까지 4분 동안 3골을 몰아치며 4-0 대승에 쐐기를 박았다.

포그바는 “후반에 우리는 경기를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전반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고 이를 통해 2번째, 3번째 그리고 4번째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평

하이라이트만 보면 맨유가 쉽게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90분으로 늘리면 4골 차 대승에 가려진 고민이 적지 않다. 모든 잘 돌아갈 때는 안 되는 것들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무리뉴 감독이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물론 좋게 보면 맨유가 어려운 경기에서도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은 길고 과거에 비해 상대 분석이 쉬워진 요즘에는 좀 더 확실히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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