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전술로 읽는 EPL 빅6의 개막전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주제 무리뉴 감독이 가장 산뜻하게 새 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토트넘 홋스퍼도 무난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반면 아르센 벵거의 아스널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고, 위르겐 클롭의 리버풀과 안토니오 콩테의 첼시는 출발부터 물음표를 남겼다. 빅6의 개막전을 포메이션으로 다시 읽어보자.

Q. 포그바는 자유를 얻었나?

폴 포그바는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선수였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포그바의 재능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포그바는 유벤투스 시절만큼 자유를 얻지 못했고 이는 시즌 내내 맨유의 숙제로 남았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보강에 열을 올렸다. 에릭 다이어(토트넘), 파비뉴(AS모나코) 등이 이름을 오르내렸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첼시 시절 함께했던 네마냐 마티치였다.

첼시가 마티치를 왜 팔았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의 합류로 맨유의 중원이 이전보다 탄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개막전만 보면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티치가 오면서 무리뉴는 포그바, 안데르 에레라와 함께 3명의 미드필더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강팀과의 대결에서 중요한 전술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세우는 4-2-3-1에서도 포그바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마티치는 2차례 태클과 1차례 가로채기를 기록했으며 무려 7차례 드리블에 성공했다.

포그바는 “웨스트햄전에서 마티치가 뒤쪽을 맡았다. 그래서 공격에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방식이다.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은 골을 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Q. 아구에로와 제주스의 공존은 가능한가?

브라질 신성 가브리엘 제주스가 지난 1월 맨시티 선수단에 합류하면서 기존 원톱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입지가 좁아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제주스가 자신이 원하는 전술에 더 적합한 공격수라고 판단했다. 이후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레알 마드리드, 아스널 등과 연결되며 맨시티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펩은 둘을 함께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시즌 막판 제주스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아구에로와 동시 선발을 시도했다. 당시 수비가 불안했던 맨시티는 포백을 바탕으로 아구에로를 최전방에 두고 제주스를 오른쪽 윙어로 기용했다. 아구에로는 후방으로 빠지며 연계 플레이를 펼쳤고 사이드에 있던 제주스는 공간을 파고들며 득점을 노렸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풀백을 보강한 펩 감독은 아구에로와 제주스를 투톱에 세운 3-1-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아구에로의 결정력과 제주스의 활동량을 동시에 가동해 시너지 효과를 누르겠단 의도다. 출발은 좋았다. 둘이 함께 뛰면 상대에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Q. 카일 워커 공백은 문제 없나?

조용한 여름을 보낸 토트넘은 맨시티로 이적한 카일 워커의 대체자 영입 없이 개막전을 맞았다. 키에런 트리피어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은 U-20 월드컵 우승 멤버인 카일 워커-피터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기용했다. 당초 에릭 다이어가 워커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포체티노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선택했다.

다행히 워커-피터스는 뉴캐슬과의 개막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보여줬다. 상대 윙어 크리스티안 아추의 돌파에 끌려다녔지만 존조 셸비의 멍청한 퇴장 속에 큰 실수 없이 측면 수비수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선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첼시, 맨시티 등을 상대할 때는 다이어가 사이드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더 늦기 전에 남은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풀백을 영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해보인다.

Q. 스리백이 아스널에 어울리나?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수비가 붕괴되자 20년 만에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을 사용했다. 고집쟁이 벵거가 변화를 줬다는 것만으로도 아스널의 스리백 가동은 매우 큰 이슈였다. 실제로 아스널은 스리백으로 바뀐 뒤 안정을 되찾았다. 비록 4위 진입은 실패했지만 FA컵에서 우승하며 최악의 시즌은 면했다.

새 시즌에도 벵거는 3-4-2-1- 포메이션으로 개막전을 치렀다. 이적설에 휩싸인 알렉시스 산체스가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알렉산드르 라카제트와 세아드 콜라시나츠가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아스널에게 스리백이 어울리지는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중앙 수비수들이 줄 부상을 당하며 콜라시나츠가 스토퍼를 소화하면서 왼쪽 윙백에는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이 자리했다. 맨유의 제시 린가드와 맨시티의 다닐루처럼 오른발잡이가 왼쪽에 서는 건 최근 유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솔직히 어울리는 콘셉트는 아니다.

실제로 아스널은 아론 램지와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하고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시스템을 바뀐 뒤 두 골을 추가하며 레스터시티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챔벌레인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더 익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Q. 언제까지 세트피스에 고통 받을 것인가?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지만 리버풀의 개막전은 마치 지난 시즌을 다시 보는 듯 했다. 로마에서 영입한 모하메드가 살라가 데뷔골을 터트리며 팬들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새 얼굴이 없는 수비 라인은 3골을 실점했고, 이는 리버풀이 3골을 넣어도 승점 3점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세트피스에서 방어력은 심각할 정도였다. 3골 중 2골이 코너킥에서 나왔다. 리버풀은 클롭이 팀을 맡은 이후 세트피스에서 27골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크리스탈 팰리스(28실점)과 왓포드(28실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실점이다. 왓포드와 개막전에서도 리버풀은 박스 안에 많은 선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쉽게 상대를 놓쳤다. 그 가운데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코너킥 수비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Q. 모라타는 코스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알바로 모라타가 디에고 코스타를 대체할 것인가는 이번 시즌 첼시의 성적을 가를 매우 중요한 전술 포인트다. 다수의 유럽 현지 전문가들이 지난 시즌 스리백 전술로 EPL을 지배한 첼시를 이번 시즌 우승후보에서 제외한 것도 코스타에서 모라타로 대체된 공격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모라타를 향한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EPL 경험이 없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주전 원톱으로서 한 시즌을 책임진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모라타는 두 명이 퇴장 당한 번리와의 개막전에서 교체로 들어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모라타가 선발로 들어왔을 때도 같은 활약을 보여줄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과 예상일 뿐이다. 경험이 적다고 EPL에서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다. 프랑스의 무명 미드필더였던 은골로 캉테가 선수들이 뽑은 EPL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모라타에겐 필요한 뿐이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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