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맨유의 이적생 효과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미쳤다고 평가한다. 지나치게 많은 이적료가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 대승은 왜 여름에 선수를 보강해야 하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지난 시즌과 같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달라진 점은 최전방에 에버턴에서 데려온 로멜로 루카쿠가 서고, 폴 포그바의 파트너로 첼시에서 영입한 네마냐 마티치가 선발 출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첫 경기부터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며 맨유의 대승을 견인했다.

#포메이션

맨유는 지난 주중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썼던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 대신 자신들에게 익숙한 포백(back four: 4인 수비) 시스템을 가동했다. 각자 징계로 인해 슈퍼컵에 결장했던 에릭 바이와 필 존스가 센터백 조합을 이루고 달레이 블린트가 왼쪽 풀백으로 나왔다.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맡았다.

슬라벤 빌리치 감독도 맨유와 같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맨유 출신 치차리토가 최전방에 서고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왼쪽 측면에 자리했다.

#로멜루 루카쿠

맨유가 알바로 모라타 대신 루카쿠를 영입했을 때 현지 전문가들은 ‘검증된 자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EPL에 국한된 얘기다. 유럽 대항전 경험은 모라타가 훨씬 많다) 루카쿠는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과 에버턴에서 다년간 스트라이커로서 EPL 무대를 누볐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상대를 괴롭히고 골을 넣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실제로 루카쿠는 지난 시즌 25골을 기록하며 해리 케인(29골)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빠른 적응과도 연결된다. 루카쿠는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마치 오랜 기간 맨유에서 뛰어온 선수처럼 플레이했다. 공중볼을 따냈으며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을 보여줬다. 기록을 보면 더 확실하다. 루카쿠는 6차례 공중볼 싸움에서 승리했고, 5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며 3번의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2골을 터트렸다. 한 마디로 스트라이커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그라운드에서 실현한 셈이다. 영국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내린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이었다.

루카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리뉴 감독의 신뢰가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뉴 감독은) 내가 팀의 공격을 이끌기를 원했다. 그리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고 경기장에서 이를 보여줬다. 물론 이제 한 걸음을 땠다. 무리뉴가 감독의 플랜을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마냐 마티치

루카루가 승리를 결정지었다면, 마티치는 경기를 지배했다. 사실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측면에선 이번 여름 최고의 영입은 마티치인지도 모른다. 최근 3시즌 동안 첼시에서 두 차례 EPL 우승컵을 들어올린 마티치 역시 영국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중원을 장악할 수 있는지 잘 아는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 은골로 캉테의 그늘에 가려 저평가를 받았지만, 캉테의 곁에 마티치가 있었기에 첼시의 스리백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마티치 역시 특별한 적응기 없이 빠르게 맨유에 뿌리 내렸다. 포그바 옆에 선 마티치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첼시 시절과는 달리 공격과 수비를 폭 넓게 넘나들었다. 당초 포그바를 보좌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과 역할이었다. 웨스트햄전을 지켜본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은 “첼시가 왜 마티치를 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90분 동안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1.41km를 뛰었고, 가장 많은 69회 패스를 기록했다. 또한 가장 많은 개인 돌파(7회)를 기록하며 공을 소유하고 운반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마티치의 장점은 강인한 신체조건이다. 이는 무리뉴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시스템에서 안데르 에레라 대신 마티치를 우선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너지 효과

웨스트햄전에서 루카쿠와 마티치의 영입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선수는 미키타리안과 포그바다. 이날 10번 역할을 부여 받은 미키타리안은 루카쿠 아래에 서서 플레이메이커로서 재능을 뽐냈다. 후반 43분 앙토니 마샬의 추가골을 이끈 원터치 패스는 무리뉴 감독이 왜 미키타리안을 측면이 아닌 중앙에 배치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리버풀 전설 그레엄 수네스는 “오늘 미키타리안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포그바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87%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6차례 개인 돌파를 성공했으며, 3차례 슈팅 끝에 쐐기골을 넣었다. 물론 너무 자유로워진 탓인지 패스할 타이밍에서 공을 끌거나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후안 마타에게 연결한 창의적인 패스에서 볼 수 있듯이 포그바의 경기 장악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총평

무리뉴 감독은 “4골차로 이겼지만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개막전을 치렀고, 우리는 다소 긴장된 상태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환상적인 출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무리뉴 2년차’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그는 두 번째 시즌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여름 이적을 통해 선수 보강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보다 다양한 전술로 유기적인 변화도 가능해졌다. 이전에 칼만 들고 싸웠다면 이제는 총까지 손에 든 무리뉴다.

여전히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루크 쇼가 부상으로 이탈한 왼쪽 풀백의 경우 블린트 만으로 큰 경기를 치르기엔 부족하다. 마테오 다르미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대니 로즈와 연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발렌시아가 위치한 오른쪽도 확실한 백업이 부족하다. 화끈하게 출발했지만 무리뉴 감독이 성급한 파티를 경계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럼에도 맨유의 시작이 좋은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The Sun]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